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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utschland!!/독일어공부

실업급여를 받는 중엔 독일 어학원이 공짜?! - '취업을 위한 독일어 직업 교육'

by Ninab 2023. 11. 21.

안녕하세요, 니나입니다 :) 너무나 행복한 요즘입니다. 퇴사 이후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다음 스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퇴사직후 행복한 마음을 담아 썼던 지난 글을 참고해 주세요! 

 

2023.09.07 - 자유의 몸이 된 도비는 행복합니다

2023.09.06 - 독일 실업급여 신청을 위한 퇴사 준비 체크리스트!

 

독일에서는 실업 이후 작년에 받았던 평균 월급의 60%가 실업급여로 매달 나오는데요. 1년 동안 제공해 주기 때문에, 천천히 다음 직업을 고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습니다.  또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에는 다양한 혜택이 있는데요. 그중 직업 교육을 무료로 제공해주기도 합니다. 여러 번의 취업상담을 통해 노동자의 현 상태를 파악하고, 담당자가 여러가지의 제안을 해주면 함께 의견폭을 좁히며 선택해 나갈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두세 개의 제안을 받았고요. 살펴보니 각 직업군마다 특성화된 교육이 굉장히 다양하게 있더라고요. 그중에 가장 솔깃하고 마음에 들었던 것이 독일어 무료 교육입니다. 상당히 전문화된 교육과정으로, 해외에서 온 노동자들이 독일 업무현장에 바로 투입되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긴 기간 동안 잘 관리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교육기간은 3개월에서 1년까지 다양한데요. 저는 6개월 과정(주 5일)/500시간짜리 반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사진: Unsplash 의 Reinhart Julian

 

사실, 현재 독일은 일반적인 상황과는 달리 우크라이나 난민이 정말 많은 때라 그 어느 때보다 취업을 위한 독일어 교육이 필요한 사람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맞는 수준의 수업을 집 근처에서 찾는 것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집 근처의 VHS(시민학교)가 총 4군데 정도 있는데요. 모든 곳에 문의하고 상담을 받았지만 제게 맞는 수준의 반은 잘 편성이 되지 않는 데다, 이미 모두 정원이 모두 차서 들어갈 수가 없었어요. 그래도 예정되어 있던 반외에 추가 반편성이 된 곳이 있어 운이 좋게 들어갈 수 있었어요. 덕분에 매번 수업을 다른 곳에서 받아야 하고 일주일의 두 번은 장소가 부족해 화상으로 배우기도 해야 하지만, 오랫동안 기다리지 않고 비교적 빨리 들어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희 반에는 20명의 학생 중 약 13명의 학생이 우크라이나 출신이고, 나머지는 미국과 한국, 중국, 불가리, 터키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섞여있습니다. 

 

독일에서 벌써 약 8년째 거주 중이지만, 저의 독일어 실력은 여전히 형편없는데요. 평상시에 항상 독일어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새롭게 배우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마지막으로 봤던 독일어 시험이 영주권을 위한 B1 Test였기 때문에 B1+ ~ B2 반에 들어갔고요. 수료 이후 B2 ~ C1 반이 편성된다면 해당 반까지 들어가 볼 계획입니다. 

 

저는 정말 다양한 어학원에서 독일어를 여러 번 배웠어요. 제 상황이 여의치 않아 수업을 자주 변경했고, 그때마다 새로운 환경에 계속해서 적응을 해야 했죠. 집중해서 독일어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총 합쳐서 1년이 채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쉽고 슬픈일이지만 그만큼 빨리 지칠수밖에 없었습니다. 일을 하면 맞는 저녁 반을 찾기 힘들고 일을 하지 않으면 어학원 비용을 낼 수 없달까요.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시간을 쪼개 과외를 받기도 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화상으로 배우니 한계도 있었고요. 아무튼, 일을 하며 독일어까지 배우는 건 정말 쉽지 않죠.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속이 많이 상하기도 하고 포기하게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독일에서 사는데 큰 불편함은 없으니 이 정도 수준으로 만족해 버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하루 4시간 동안수업을 정말 지독하게 가르치는 곳에서 배우는 경험을 해보니, 정말 너무 신나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다른 어학원과 가장 다른 점 중 하나는, 아무래도 직업교육의 일환이다 보니 학생들의 평균나이가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30~50대가 대부분이라 모여있다 보면 육아 이야기가 주요 테마가 되죠. 또 가정이 있는 분들이고 빨리 직업을 구해야 해서 그런지 학구열도 굉장합니다. 예전에 다녔던 학원들은 10대와 20대가 대부분인 데다, 부모님 때문에 원치 않게 독일에 살게 된 아이, 유학은 왔으나 딱히 공부에 열정이 없는 아이, 혹은 나이가 있긴 하지만 좀처럼 독일어를 배울 마음을 잡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곳들이 대부분이었고요. 어쩔때는 15명의 학생중 저만 출석한 때도 있을 정도로 엉망이었어요. 맥이 빠지기도 하죠. 그런데 이곳에 와보니 차원이 다르달까요? 숙제도 거의 하루에 4시간을 해야 할 정도로 양이 많은데, 모두 다 그 양을 넘어 예습과 복습을 철저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라면 뒤쳐져 버릴까 봐 저도 거의 하루 4시간 공부, 4시간 수업을 받으니 일을 다닐 때처럼 스케줄이 꽉 차버리고 말더라고요. 하지만 진도는 굉장히 천천히 나가는데요,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억지로라도 여러번 반복해서 넣어주는? 그런 수업방식입니다. 

 

독일의 운전면허 수업도 이렇다고 들었어요. 면허를 따면 바로 어디든 운전할 수 있도록 끝까지 확인하고 내보내진다죠. 운전 면허를 딴 이후에도 연수가 필요한 한국의 방식과는 다릅니다. (제가 장롱면허 16년차입니다.) 사설어학원과 다르게 이 직업교육도 이곳을 수료하고 테스트를 통과하면 바로 직업현장에서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선생님도 6개월 뒤엔 글을 쓰는 것도 읽는 것도 말하는 것도 모두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여러 번 강조하더라고요. 독일 거주 8년 만에 온전하게 독일어를 배우는데 모든 시간을 쓸 수 있는 기회라니, 정말 열심히 집중해서 해 볼 생각입니다. 배우지 못하는 핑곗거리를 도저히 만들 수 없기도 하고요. :) 

 

아, 교재와 교통비도 모두 지원이 됩니다. 무료지만, 금액으로 따지면 수업도 한 달에 약 400유로 정도가 됩니다. 실업급여에 독일어 교육이면 실제로는 상당히 많은 지원을 받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참고로 제가 독일어 수업을 신청했던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만, 담당자마다 설명해 주는 방식이 다를 것 같긴 합니다. 

 

어학원 등록  절차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경우에만 해당)

1. 노동청 담당자 상담

2. 주변 VHS 중 들어가고 싶은 반을 선택해서 가능한지 문의

3. 자리가 있다고 하면 VHS 직원이 해당 수업 정보를 노동청 담당자에게 전달 (양쪽의 연락처는 내가 챙겨야 함)

4. 노동청 담당자가 요구하는 서류 (독일인이 아니라는 증명서) - Negativbescheinigung를 Jobcenter에서 발급 (메일로 가능) 받아 메일로 전달

5. 노동청에서 어학원을 지원한다는 서류가 발급되면 해당 서류를 어학원에 제출

6. 어학원에서 첫 수업일자 및 안내 내용을 메일로 전달

7.  첫 수업에 가면 무료로 교재를 받을 수 있고, 대부분 교통비 지원도 받기를 원하기 때문에 관련 서류도 첫 수업 때 사인을 다 같이 받음

8. 수업에 참여

 

해보기 전에는 제대로 진행이 될지, 수업의 질은 어떨지, 괜히 시간만 버리고 배울 수 있는 건 없는 것이 아닌지 많은 걱정이 되었었는데요. 막상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해 보니 그 모든 과정이 참 체계적이고 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의 그 어떤 관공서 업무보다 더 쉽고 친절했어요. 수업내용도 굉장히 좋고, 말씀드렸듯 특히 면학분위기가 참 잘 조성되어 있어 더욱 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주변 다른 분들에게도 들어보니 저희 VHS 말고 다른 곳도 엄청 빡빡하게 수업을 하고, 숙제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저희 지역의 수업뿐만 아니라 독일에서 제공하는 해당 수업자체가 굉장히 잘 구성되어 있나 봅니다. 참고로, 결석일수가 많거나 제대로 참여하지 않으면 무료로 받았던 모든 수업에 해당하는 금액을 도로 다 뱉어내야 합니다. 불성실한 경우 노동청 담당자의 판단하에 아예 실업급여까지 취소될 수 있기 때문에 열심히 참여해야 합니다. 휴가가 필요해 빠지는 날이 있다면, 현재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은 현재 소속/고용된 곳이 노동청(잡센터)이기 때문에 담당자에게 휴가를 꼭 승인받고 움직여야 합니다. 병가 신청과 휴가 신청 모두 해당 담당자가 직장 상사라고 생각하고 모두 보고해야 합니다. 이 부분만 주의하시면 될 것 같아요. 모두 메일로 처리하거나 전화로 상담할 수 있기 때문에 상사를 매일 봐야 하는 직장생활에 비하면 뭐, 굉장히 스트레스가 덜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내용이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신나고 즐겁게 독일어를 배워봅시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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