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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utschland!!/독일어공부

당신의 독일어는 안녕하신가요?

by Ninab 2021. 10. 11.

안녕하세요, 니나입니다 :) 독일어 중간점검 나왔습니다. 오래전에 아래와 같은 글을 쓴 적이 있어요. 무려 2017년에 썼던 글로 독일어 얼마 정도 공부해야 C1을 딸 수 있을까, 아니면 수업에 무리 없는 정도까지 배울 수 있을까를 나름대로 정리해본 글이랍니다. 

 

2017.09.25 - 독일어 공부 얼마나 오래 해야 할까요?

 

독일어 공부 얼마나 오래 해야 할까요?

저도 이제 독일어를 공부한지 이년반이 넘었어요. 아직도 제 공식적인 독일어 레벨은 C1입니다. C1 수업을 한달정도 듣고 그만둔지 육개월 정도 된것 같아요. 학원마다, 그리고 지역마다 독일어

ninabak.de

 

지금은 2021년으로 저때보다 4년이나 지났고, 저 당시 5년정도만 더 공부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맘때쯤 한번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어요. 아직도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는 포스팅이기도 해서요. 저도 이게 정말 궁금했어서 독일 오기 전에, 독일에 와서도.. 또 독일어를 공부하면서도 자주 검색해보던 정보였거든요!

 

<!!> 사실 아래에 나올 내용 들은 모두 매우 주관적이고 근거는 딱히 없습니다. 그냥 주변에서 보고 듣고 관찰해본것을 토대로, 저처럼 답답했을 마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으로 주절주절 다시 한번 적어 보았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읽어주세요.

 

1. 독일어 공부 진짜 얼마나 오래 해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저때 써놓았던 글에서 크게 다시 반박할만한 새로운 사실은 없는 것 같아요. 영어나 유럽의 다른 언어들을 이미 잘 구사하는 경우라면 정말 빠르게 배운다 => 요건 더 많은 대조군(?)들을 그간 만나 오면서 더 확실해졌어요. 언어를 초반에 배우기 시작할 때 어원이 같은 단어들이 중복된다거나 문법의 유사성 때문에 매우 쉬워지고요. 어리거나 언어에 재능이 있는 분들이 더 빨리 배우는 것도 맞죠. 

 

물론 독일에 오자마자 독일어 초급반을 같이 다닌 영국친구는 여전히 독일어가 너무 서투르고요. 중급반을 같이 다닌 미국 친구와 스페인 친구는 벌써 자기네 나라 돌아가서 독일어를 이미 다 잊었다고 해서 이제는 아에 영어로 대화하거든요. 물론 케바케입니다. 다만 특이하게 제2 외국어를 한 개 마스터한 사람들의 경우 다른 것 같아요. 이미 어느 정도 일본어를 구사할 줄 알았던 루마니아 친구나 영어를 잘하던 일본인 친구는 여전히 독일어를 정말 (제가 보기에) 독일인처럼 잘합니다. 한 언어를 마스터한 경우, 뭔가 언어를 배우는데 스킬이 있거나 재능이 이미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만 안타깝게도.. 열심히 오랫동안 공부하셔도 독일어를 생활내에서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하시는 분들이 좀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우선 제가 이런 한국 분들이나 외국인 분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된 건 아무래도 생활 반경이 학생들이 아닌 직장인들이라 그런 것도 있어요. 제가 직장인이기 때문에 주부, 직장인, 사업가 이런 분들 위주라서 더 그렇고요. 어학원에서도 수업 시간대가 오후라 그런 외국인들과 더 많은 교류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 경험에 더해, 공부를 하러 온 유학생이나 워홀러들 중에서도 2~3년간 배워서 독일어를 잘 구사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없다고 느끼게 되었어요. 주변에서 저 사람 독일어 잘한다, 발음이 좋다, 금방 배웠다, 이런 경우로 입소문이 나는 경우는 그 케이스가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깔끔하게 정정해보자면 이렇게 될 것 같네요. "다른 언어를 마스터하지 않은 상태인 성인이 열심히 공부한다면 C1을 취득하거나 독일어로 일상어를 구사하는데 2~3년을 계획하고 배우면 좋고, 안타깝게도 더 오랫동안 배웠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당신이 2~3년 열심히 독일어 배우는 것 노력한다고 해서 무조건 잘하게 되리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지만 우선을 열심히 배워보자!" 이렇게요. 정말 ㅋㅋㅋ 너무 ㅋㅋㅋㅋ 방어적인 것 같은데요. 

 

독일어를 배운지 2년 반이 넘었던 저와, 이제 독일에서 6~7년을 거주한 제가 바라보는 독일어를 '이해하고 구사하는 것'에 대한 기준점이 조금 더 달라져서 그런 것 같아요. 

 

 

2. 독일어 공부는 끝이 없다는데?

이게 유독 '독일어'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저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이고, 세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사용하는 '영어'가 아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오히려 독일어보다 배우기 어렵다는 악명 높은 언어들이 많잖아요. 유독 배우기 불친절한 언어인 것은 틀림없지만요.

 

이제는 독일어로 일상적인 말들을 주고받는데 문제가 없는 저이지만, 저는 아직도 제 독일어가 유치원수준 언저리인 것 같아요. 3년 차부터는 아예 독일어 공부에 손을 놓았고 딱히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간간히 하는 공부에 지속성이 없었던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매번 일상에서 새로운 단어를 또 외워야 하죠. 

 

저같이 게으른 경우들이 많겠지만, 좀 더 본격적인 분들도 많으시니까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느낌이에요. 배울수록 부족한 것이 보인다. 아는 게 많아지니까, 모르는 것이 보이는 거죠. 저도 처음에 독일 오자마자는 레스토랑에서 독일어로 주문하는 한국인만 봐도 경이롭고 부러웠는데 저도 이제는 식사 자리에서 농담 한 번을 놓치고 이해 못하면 자괴감이 들거든요. 어려운 단어도 없었는데 난 아직도 왜 이것밖에 못하나, 하면서요. 

 

열심히 공부하신 분들이라면 더 다양한 곳에서 더 많은 걸 느낄테고, 한번 이해하지 못하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부분에서 제가 느끼는 자괴감/좌절감이 좀 더 크게 다가오겠죠. 저는 뭔가... 충분히 게으르게 살았으니.. 그래, 그간 별 노력도 안 했는데 바랄걸 바라자. 이렇게 넘어가겠지만요. 

 

그래서 끝이 없다는 것 같아요. 우리가 보기에 한국인처럼 한국어를 잘 구사하는 외국인들도, 분명 잘 하기 때문에 방송에도 나오고 유명인이 된 거겠지만 그분들도 가끔 "ㅇㅇ가 무슨 뜻인가요?" 하더라고요. 그냥 모국어가 아니라서 그래요.

 

3. 나는 독일어를 배우면 얼마나 걸릴까?

다 상관없고, 내가 배우면 얼마나 걸릴까? 나는 재능이 있을까? 하고 궁금하신 분들이 있으실 것 같아요. 외향적이고 자신감이 있어서 누구와도 쉽게 이야기 할수 있는 성격이라 빨리 배울 것 같은데 맞나요? 이렇게도 물어보시더라고요. 제가 무슨 언어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개인 블로그에 포스팅 100여 개 심심해서 올린 사람인데도요. 저야 성격 부분이.. 그게 언어와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지만, 의욕이 중요한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의욕적으로 열심히 공부하시면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이 많은 분들보다는 대체로 더 빨리 중급까지 올라가시더라고요. 

 

성격이나 성향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독일어를 쓰는 환경을 만드는게 엄청, 정말 엄청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주말에는 하루 종일 독일어를 쓰면서 생활해야 하고 매일매일 쓰니까.. 썼던 표현을 잊어버리진 않아요. 새로운 것을 공부하는 건 다른 영역이지만요. 

 

우선 독일어로 업무를 해야하거나, 수업을 들어야 하는 분이라면.. 네! 죽이되도 밥이 돼도 결국엔 시간이 해결해줄 거예요. 재능이 없어도, 힘들어도 결국은 고급 이상까지 구사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주변에 많은 분들이 그래 왔듯이요. 그렇지만 재능이 많아도 적극적이어도 매일매일 독일어를 쓸 일이 없는 분들이라면 계속 제자리걸음밖에 되지 않아요. 그리고 저처럼 일상적으로만 독일어를 쓰는 분들도.. 딱히 독일어가 더 좋아지거나 하지는 않을 겁니다. 업무상 필요하거나, 공부를 위해 새로운 학습을 계속해나가는 것과 일상적으로 가까운 사람들하고만 지내는 것에는 어떤 큰 차이점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많은 것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을 자주 갖고, 좌절감을 많이 느낄수록 더 빨리 배우는 것 같습니다.

 

한국인 가족과 생활하시거나, 한국어로만 대화하는 생활반경에서만 지내시는 분들은.. 아무리 열심히 수업을 들으셔도 한계가 분명 있는 것 같더라고요. 중급에서 고급으로 넘어가는 그 사이의 텀이 상당히 길어지는 것 같아요. 물론 이때 하루 6시간 수업을 듣는 종일반에 간다거나 하루 종일 따로 오디오 파일을 듣는 것처럼 특별한 노력을 하시는 경우는 다르겠죠. 이건 거의 업무를 보거나 학교를 다니는 정도의 노력이니까요. 그렇지만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짜리 수업을 매일 듣는다고.. 갑자기 늘지는 않더라고요. 

 

아무튼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한달에 몇천 유로씩 쏟아부으며 일 하지 않고 어학원에서 6시간 종일반 1년 내내 다니면서 공부하는 경우 제외하면, 아무리 독일어와 접촉이 많다고 해도 적어도 2~3년 계획은 하셔야 하는데 3년 하신다고 잘될 거라는 보장은 없습.... 니다 ㅋㅋㅋ 이제 언어 배워본 적도 없는 성인인 분이 슬금슬금 배웠는데 벌써 제법 잘하게 되었더라! 이런 분들은 그냥 재능이 있는 분들이고 특이한 케이스라고 생각하기로 해요, 우리! 저는 아직까지 한 분도 뵙지 못했습니다만... 어디선가 전해 듣기로는 이런 분들이 있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가 그런 재능이 있는 경우라면 제 블로그까지 읽게 되셨을까.. 싶습니다. ㅎㅎ

 

4. 끊임없이 배우기 vs 적응하며 살기 vs 포기하기

언젠가는 셋중에 하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강 이런 모자란 저의 독일어에 스스로 적응했고, 제 주변 분들도 적응이 되어.. 제가 독일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주변 모두가 저의 독특한 독일어를 익혀버렸어요. 엉망인 문법에 여기저기 아티클이 빠져있지만 그러려니 하고 이해하고 넘어가게 되는 경지죠. 아직도 새로운 사람을 낯선 곳에서 만나면 소통이 어렵습니다만, 우선 저는 듣고 이해는 하니까 여러 번 반복해서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을 불편해하고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요. 아에 독일에서 사는 것 자체를 독일어 때문에 포기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큰 도시에서 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영어도 잘 통하지 않을 때가 많아 더 어려움을 겪으시기도 하고요.

 

저는 이모양 이 꼴이지만, 끊임없이 배우시는 분들을 저는 진심으로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특히 교포가 아닌데도 독일어로 공부하시는 유학생 분들, 그리고 독일어로 업무 하시는 직장인 분들 너무나 존경합니다. 독일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더욱 깨닫게 되었답니다. 독일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에는 인터넷에도, 실생활에서도 많은 분들이 독일어로 학사 따고 취직하고 해서 대다수가 쉽게 유학하고 업무 하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도전하시는 많은 분들에 비해 엄청 소수에 불과하고.. 우리가 모르는 대다수가 포기하고 한국,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이면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더 좋은 표현을 찾지 못해서 저는 포기한다는 표현을 썼지만, 다른 선택을 하신 분들도 존중합니다. 도전을 해봤다는 것만으로도 멋있고 한국으로 되돌아 가거나 다른 선택지를 정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힘든 시간이 있었음을 이해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변모했건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것에 도전을 했다는 점에서는 모두 동일하고, 노력의 시간과 크기가 다를수는 있겠지만 각자 힘들었던 일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모두 도전자였고, 여전히 Kämpfer잖아요.

 

5. 끝으로

언어는 노력하는 만큼 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다른 언어는 노력이라는 단어를 쓸 만큼 공부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독일어는 노력보다 다른 것들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더 노력해야지! 하는 마음가짐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환경이 참 중요합니다.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좀 더 적은 노력으로 많이 가져갈 수 있는 경우도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모든 환경을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겁니다. 핑계를 만든다고 보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진짜 그렇습니다.

 

환경이나 재능이 다르면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처럼 쉽게 따라오지 않습니다. 노력한 만큼 실력이 따라온다는 말은 좀 무책임한 것 같아요. 노력할수록 확률적으로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맞습니다만...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경우에 대고도 너는 노력하지 않아서 그래! 라고 말할 수 없는 거잖아요. 환경 자체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그 환경을 구성하기에 노력 말고 다른 것들이 얼마나 많이 필요합니까? 저도 어찌 보면 독일어라는 카테고리 내에서는 독일어로 소통해야만 하는 환경이 국제연애라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조성이 된 케이스인데요. 이 특성 때문에 저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분들보다 쉽게 중급에서 고급으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연애를 잘해보려는 노력도 노력이었겠지만 저와 함께 애써준 상대방의 노력이 더해졌던 경우잖아요, 개인적으로는 많은 도움을 쉽게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연애 없이 독일어를 배웠던 1년 동안보다 그 이후에 남자친구와 연애초반 독일어로 싸우던 1년동안 더 많은 말들을 빠른 시간 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단적인 예입니다만, 노력이 언어 실력의 전부는 아니라는 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셨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제 독일어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시거나 어느 정도 배웠는데도 제자리이신 분들이 이 글을 읽게 되실 것 같은데요. 처음 달려보는 긴 트랙에서는 얼마큼 달렸는지, 얼만큼 더 달려야 하는지 잘 보이지 않잖아요. 참 불안하고요. 저도 여전히 헤매는 중이지만요.. 우리 그냥 천천히 달려봐요. 너무 속도 내면 빨리 지치잖아요. 이유야 다 다르겠지만, 빨리 배우고 싶고 조급한 마음이 있겠지만, 한 템포 늦추고 여유 있게 달려야 더 오래 달리더라고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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