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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관심사/책

내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를 좋아하는 이유

by Ninab 2021. 1. 30.

안녕하세요, 니나입니다. :)

 

아마존에서 배송 오는 건 한 트럭인데도 블로그에 쇼핑 후기 글까지 남기는 상품엔 어떤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책 카테고리에 리뷰를 남기는 책들에도 어느 정도 특이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쓰고 할 말이 많아지는 상품처럼, 책도 읽고 나면 수다를 떨고 싶어 지는 애들이 간혹 있거든요. 벌써 세 번째 완독을 끝낸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최근 제가 가장 애정 하는 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이 책에 대해 수다를 왕창 떨고 싶어 졌어요!

 

사실 인문서는 서른이 넘어서야 조금씩 읽기 시작했는데요. 그마저도 <정의란 무엇인가>나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라던가 하는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소설이나 희곡처럼 빠져드는 매력을 잘 못 느끼고, 특히 인간관계나 경제 분야에 얽힌 책은 정말 집중하기가 힘들고 재미를 전혀 못 느끼거든요. 약간 억지로 읽어내는 느낌이랄까요? 차라리 <소피의 세계>처럼 소설로 풀어낸 인문서는 쭉쭉 잘 읽히지만 말이에요. 아무래도 취향이 인문서 쪽이 아닌 것 같아요. 아, 최근에 읽은 <팩트풀니스>가 정말 재밌긴 했어요! 읽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많이 잊어버렸네요. 리뷰를 다이어리에 한 줄 적고 잊는... 그런 무수히 많은 책중에 하나였어요. 정말 좋은 책이었는데.. 뭐가 다를까요?

 

책의 문제라기보다는 읽는 사람의 어떤 시기, 어떤 흐름에 딱! 맞아떨어지는 책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제 상황에 딱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업무를 하면서 궁금증을 가졌지만, 희미하게 잘 보이지 않는 해답을 아주 능숙하게 어때요? 하면서 제안하는 그런 느낌이에요. 일본 작가의 글이라 그런가, 유머가 많이 부족하지만 오랜 기업 컨설턴트로서의 경험을 너무 과하지 않게 잘 녹여내면서 이야기를 들려주거든요. 철학의 역사나, 이론을 어릴 때는 관심 있게 공부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는 지금에 딱 맞는 것 같아요. '네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그 철학 이론을 비즈니스에 대입해보면 이렇게 되는 거야.' 하고, 이론을 실생활로 잘 끌어오는 거죠. 머릿속에 두둥실 떠 다니던 개념들이 잘 정리되는 느낌이었어요. 수학은 배웠지만, 엑셀에는 어떤 수식을 써야 할지 몰라 헤매던 때가 있었는데요. 몇 개 수식을 연습하다 보면 VLOOKUP을 여기저기에 써먹을 때가 꼭 오지 않나요? 

 

 

 

'르상티망'

비즈니스 경험이 많지 않으면서도, 어느 업체를 가나 어쩌다 보면 항상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해오던 제게 리더십이란 무엇이며 어떤 마케팅에 사람들이 홀리는 것인지를 조금 느끼게 해 줘요. 길고 긴 책 소개 부분을 넘기면 처음 나오는 '르상티망'에 관한 설명이 특히 그랬어요. 그 사람은 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인지? 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이 강자에게 품는 질투, 원한, 증오, 열등감이 섞인 시기심 = '르상티망'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하는가, 이 부분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명품 가방을 사려는 누군가에게 "나는 명품 좋은지 모르겠더라~ 그거 살 바에 저렴한 가방이 몇 개, 국밥이 몇 그릇..." 이렇게 말하는 게 다 이 '르상티망' 때문이라는 거죠. 그냥 그 사람이 명품을 사는 거니까, 아 그렇구나 하면 될 텐데 그렇게만 해 버리면 자신의 '르상티망'이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은연중 명품이 더 가치가 높은 것이라고 인식하면서도 명품을 다시 내리 깔려는 의도가 숨어있기 때문이래요. 재밌죠?

 

그래서 마케팅에선 사람들의 '르상티망'을 잘 이용해야 하는 거고요. 이렇게도 이용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페이크 퍼를 판매할 때, 저렴한 페이크 퍼!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 동물과 환경을 생각하는 페이크 퍼! 이렇게 문구를 써본다면 은연중에 당신은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메시지가 전달이 되는 거죠. 조금 더 저렴한 가격은 말할 필요가 없죠.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르상티망'을 해소시켜줄 수 없잖아요. 업사이클링 제품들의 가치에도 명품이나 고가 상품의 주는 이미지를 좀 변형시키는 방식이 잘 쓰이지 않나요? 

 

생각해보면, 예전의 재활용 종이를 활용한 화장실 휴지는 잘 판매되지 않았어요. 더 저렴했는데도요. 그렇지만 '환경을 생각하는'이라는 문구를 넣어주면 어떤가요? 소비자는 은근히 돈을 절약할 수 있으면서, 환경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되겠죠? 독일의 친환경 상품들이나 채식주의자 상품들은 오히려 일반 상품보다 더 비싸요. 환경을 위해 돈을 더 써야 하는 거예요. 마케팅할 땐 더 예쁘고 건강한 이미지를 위해 돈을 더 써야 하거든요. 그런데도 잘 팔려요. 이제는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가치를 판매하는 거죠. 그럼 반대로 이젠 왜 굳이 친환경 상품을 사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채식주의자나 환경주의자들에게 사람들이 '르상티망'을 갖게 되는 거죠. 왜냐면, 친환경은 비싸거든요! 

 

그래서 명품은 점점 더 비싸질 수밖에 없어요. 소량만 만들 수밖에 없고요. 선택된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어야 대중의 '르상티망'을 건들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선택된 사람들만 '르상티망'이 해소되고요. 사람들은 '르상티망'을 해소하기 위해 얼마든지 낼 준비가 되어 있거든요. 물론, 지불할 능력이 되면요. '엄마! 내 친구들은 다 있는데, 나만 없어! 나만 없다고!!'  

 

'성과급'

 

성과급으로 혁신을 유도할 수 있을까? 에 대한 대답도 굉장히 재밌었어요. 이 주제는 거의 몇 단계에 걸쳐 사고를 발전시켜나가요. 처음엔 성과급은 그 어떤 혁신도 유도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져요. 대가는 사람들의 창조성을 훼손시킨다는 내용이 제일 처음에 나오거든요. 그렇지만 정당한 대가가 없이는 사람은 일하지 않는다는 이론이 바로 뒤에 따라옵니다. 그럼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만 주면 되는 걸까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열정이나 의욕이 사라져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대요. 불확실성이 따라와야 매력을 느끼죠. 도박처럼요. 이 세가시 이야기가 묶여서 그럼 어떻게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지 고민을 휙 던져줍니다. 정답은 없는데, 많은 철학가들이 이에 대해 어떤 고민을 했는지 살짝 알 수 있게 되어요. 물론 '성과급'에 대해 고민하진 않았죠. 인간의 창조성이 발휘되는 시기나, 파토스, 에토스, 패션 등 다양한 철학 용어를 써가면서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연구를 했죠. 예를 들어 태어나기 이전부터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과 구원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면, 인간은 선하게 행동할 수 있겠는지, 종교를 가질 수 있겠는지에 대한 물음이죠. 

 

그 외에도 '자아실현'을 이룬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몰입', '자유', '조직'에 관해서 재밌는 이론들이 많이 소개됩니다. 마키아벨리즘을 통해 '뛰어난 리더의 조건'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고요. 저는 대부분 앞부분을 소개해드렸지만, 아마 이 정도 내용에도 많은 분들이 이 책에 흥미를 많이 느끼실 것 같아요. 특히 회사원들에 게요. 그래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 같고요. 

 

'차이적 소비'

위의 르상티망 설명과 조금은 연결될수도 있겠어요. 사람들은 필요해서가 아니라 다르게 보기이 위해서 돈을 쓴다는 거죠. 친환경 제품이나 채식주의자를 위한 상품들처럼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한 것처럼 사람들의 소비욕을 자극할수 있겠죠. 그렇지만 소비가 무조건 시기나 질투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건 아녜요. 자아실현을 위한 소비도 있죠. 굉장히 돈이 많은 탑스타들이 되려 갖기 쉽고, 편하고 저렴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확고한 상품들에 돈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어요. 자신의 '기호' 나 '다른 사람들과의 차이'를 나타내줄 수 있기 때문이죠. 다른 탑스타들과는 달리 검소한 이미지, 다른 탑스타들과는 다른 친근한 이미지를 줄 수 있고 그것이 본인의 기호를 표기하며 자아를 표출하는 길이니까요. 

 

이렇게도 생각해 볼수 있겠어요. 어떤 새로운 상품을 런칭할때, 그것이 어떤 카테고리에 들어가든지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것과는 확실한 기호를 심어주는 거죠. 가격을 비싸게 메길수 없는 상품일수록 '기호'를 분명하게 주면 재밌어지잖아요. 제가 새로운 가구 브랜드를 한국에 런칭한다면 꼭 북유럽이 아니라 아프리카나 스페인같은 더운 나라의 느낌을 주겠어요. 북유럽 인테리어, 이제 듣기만 해도 너무 지치지 않나요? 알록달록 색깔이 너무 많아서 매칭하기 힘들정도의 상품을 저도 너무 사고 싶은데.. 사실 저도 이케아뿐이네요. 사실 이케아도 창업당시엔 차별화 전략, 차이적 소비를 노리고 런칭한것일 텐데.. 소비자가 직접 조립하는 방식(DIY)으로 가구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제가 놓치고 있는 더 좋은 단락들이 많아요. 그래도 이정도면 수다를 잘 떨어본것 같아요. 읽어보셨던 분들은 어떤 주제가 가장 마음에 드셨었나요? 아직 읽어보시지 못한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진짜 재밌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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