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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근황

2017년 11월 17일 근황

by Ninab 2017. 11. 18.

안녕하세요. 니나입니다. 오랜만에 쓰는 근황글이예요. 


원래 외국에 있으면 한국의 각종 재난 피해가 더 크게 느껴지죠. 페이스북에서 라이브로 방송하는 JTBC 의 뉴스를 봤었어요. 생각보다 지진피해가 엄청 큰것같아 이래저래 걱정이 많이 되네요. 가족, 친구들과도 그제 안부문자를 주고받았는데 모두 수원이나 서울에 사는데도 흔들림을 느낄정도였다고 하네요. 수능이 일주일 연기되었다는 속보도 핸드폰으로 날아왔었구요. 모쪼록 더 큰 피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인생의 무료함

독일의 겨울은 생각보다 더 잔인합니다. 햇빛이 보일때마다 기를 쓰고 밖으로 나가 앉아있는데도 우울증이 기어코 찾아왔어요. 어제는 출근길에 멍하게 하늘을 쳐다보다 멈춰서서 두시간을 생각만하다 보냈어요. 회사에 두시간을 지각했으니 할말도 없고, 조용히 앉아 일만하는데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갑자기 철학가가 되려는 심산인지 우주만상에 대해 다 생각해봤네요. 그리곤 바로 속이 빈것같은 마음에 밥도 오늘까지 제대로 먹기가 힘이 들어요. 삶이 지루하고 고달파서 우울증이 찾아온것인지 겨울이 지독해서 우울증이 찾아와 사는 것이 무료했졌는지. 인과관계를 따져볼 길이 없어요. 아무튼, 요즘은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사를 꿈꾸다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이 강해 졌어요. 원래 남자친구와 내년 봄에는 새로운 집을 구해서 같이 살기로 했었지만, 계획이 수정되어서 내년 여름, 혹은 겨울이 될것 같아요. 하지만 그마저도 확실하지 않고요. 경제적이유도 그렇고 요즘 자꾸만 흔들리는 제 마음을 잡을 길이 없어서요. 좀 토닥인다음에야 집을 본격적으로 새로 장만할수 있을것 같아요. 그래도 심심할때마다 독일 부동산 사이트에 들어가서 저희 예산으로 집들을 여기저기 찾아봐요. 좋은 집의 사진들을 보면서 미래를 꿈꾸면 잠시 기분이 환기되거든요. WG에서의 일상이 나쁘다기 보다는 저희들만의 공간을 꾸미고 싶은 욕심이 더 커진것 같아요. 


.이직을 하고 싶어요

마찬가지 이유죠.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우체국, 은행, 관공서에서나 페스트푸드 음식점에서 불친절한 서비스를 겪게되면 남자친구가 종종 이렇게 말해요. '우리가 이해해야지. 저 사람은 월급도 적고 힘들게 일하면서 삶에 만족하지 못하니까 아무에게나 화를 내는 거잖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래 맞아. 이해해줘야지. 불쌍하다. 이런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요. 머릿속으로 늘 그런 생각을 하게되요. 그래!! 그게 바로 나야. 월급도 적고 힘들게 일하니까 도저히 내 삶에 만족을 못하겠다! 고요. 월급이 적고 힘들더라도 보람이 느껴지거나 즐거움을 느낄 구석이 있다면 버틸힘이 생길텐데 지금의 직장은 도저히 힘이 나질 않아요. 보람은 커녕 자존감은 날마다 깎이죠.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거든요. 저렇게 저 사람이 함부로 대해도 되는 존재가 '나'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꾸만 던지게 되요. 10년을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돈을 위해서는 다른 직업을 여러번 거쳐왔지만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이 이토록이나 저를 괴롭힌 적이 있었나 싶어요. 그때는 나의 '본업'은 연극인이라는 위안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런 위안이 없네요. 


.머리를 단발로 잘랐어요.

치렁치렁 염색과 탈색으로 상한 머리를 지겹게 달고 다녔는데요. 이번주에 싹뚝 아주 짧은 단발로 잘랐어요. 빗질을 하기 힘들 정도로 푸석푸석하고 마구 엉킨 머리카락들이었어요. 독일의 수돗물은 칼크(석회)가 있기때문인지 머릿결이 굉장히 상하거든요. 이별뒤에 다들 그렇게 머리를 자른다던데, 저도 한국과 심적으로 이별하는 중이기 때문이었을까요? 머리를 자르고 나니 개운하고 시원하지만 무엇때문인지 쓸쓸하기도 해요. 그깟 지저분한 머리카락들 때문에요. 


.넷플릭스의 '루머의루머의루머' 를 하루만에 달렸어요.

얼마전에는 연예인들의 성추행, 성폭행등 성범죄로 난리가 났었는데 근래에는 직장내 성범죄(현카, 한샘등)가 뜨거운 이슈였네요. 뭐.. 이미 한물 간 뉴스처럼 취급되는것 같지만요. 뭔가 시기적절하게(?) 넷플릭스의 드라마 한편을 얼마전에 단 하루만에 달렸습니다. 입소문으로만 들어 제목만 알고있던 '루머의 루머의 루머'입니다. 성범죄를 다룬 드라마라고 생각해서 찾아 본것은 아니고요. 할일없던 주말에 뒹굴거리다가 넷플릭스에서 광고가 뜨길래 아무생각없이 봤습니다. 평상시에 학원물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취향과 상관없이 재밌게봤고 잔상이 생각보다 오래 남아, 얼마전에는 심각한 악몽까지 꾸었어요. 여주인공의 자살로 시작하는 이야기 구조도 괜찮았고 배우들도 굉장히 매력이 넘쳤지만, 무엇보다 인상이 깊었던 것은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그 주변의 사람들까지 조명하는 연출 방식이었습니다. 원작이 소설이라고 하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했어요. 소설과 드라마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라마로 본 루머의 루머의 루머는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가네요.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드라마 리뷰를 따로 써야겠어요. 


.닥토닥 메세지

오늘 출근하면서 따뜻한 위로의 메세지를 두사람에게서 받았습니다. 하나는 남자친구 케네스로부터, 다른 하나는 저의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받았어요. 어제는 다른 날 보다도 더 급격하게 우울하고 삶에 지쳐서  아무것도 생각을 할 수가 없었어요. 괜한 걱정을 끼쳤습니다. 그래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두 사람덕분에 조금은 힘을 낼수 있었어요. 친구에게는 그냥 곱창을 못먹은지 2년이 넘어가서 곱창병에 걸린것 같다고 말했는데, 언제라도 한국에 오면 많이 사주겠다는 둥 곱창을 원래부터 못먹었던 사람인 걸로 상상해 보라는 둥 별 도움되지 않는 말들을 들었어요. 그래도 그런 마음에 굉장히 위안이 되었죠. 남자친구에게는 항상 자신이 곁에 있을거라고 독일어와 귀여운 한국어로 위로를 받았고요. 가족보다 친구와 연인이 소중해지는 때인것 같네요. 가족들에겐 이런 말들을 다 털어놓을 수가 없으니까요. 




겨울은 곧 지나가겠죠. 눈이 녹으면 물이 되는게 아니라 봄이 온다고 말해야겠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곧 힘찬 글로 다시 포스팅을 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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