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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utschland!!/독일의 일상

독일의 인사법인 악수, 허그와 키스의 어색함

by Ninab 2017. 9. 1.

안녕하세요. 독일에 사는 니나입니다. 벌써 독일에서 산지 3년이 되었네요. 그렇지만 아직도 제게는 독일의 인사법이 너무나 어색하답니다. 한국에서는 친하면 친할수록 인사를 생략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만나더라도 격하게 인사하기보다는 적절한 선에서 반가움을 표시하죠. 예를 들어, 명절 때마다 모이는 가족들 중에 오랜만에 만난 친척동생이 있다면, " 야 ~ 너 왜이렇게 늙었어~ " 정도가 인사가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독일은 한달만에 보아도 너무나 다정하게 인사를 나눈답니다. 이주일에 한번정도 마주치는 남자친구의 부모님과도 너무나 살가운 인사가 오가요. 그리고 그때마다 알게모르게 저의 몸은 조금 움츠러들곤 해요. 

1. 첫만남 - 악수

독일에서 누군가를 소개 받은 경우, 처음 만난 경우, 혹은 한두번 보았지만 아직 이렇다할 친분을 맺지 못한 경우 악수를 나누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니나예요." 정도로 인사를 나눠요. " Hallo, bin Nina. " 정도가 되겠네요. 좀더 길게는 "반가워요. " 정도를 곁들여요. "Freue mich!" 입니다. 손을 맞잡고 두번정도 살짝 흔들어주는데 사람마다 손을 잡는 강도나 서로 서있는 거리감이 달라요. 비슷한 연령대에서는 강하고 반갑게 하지만 나이차이가 있는 경우엔 좀더 예의를 갖추는 것 같네요. 우리나라처럼 두손을 서로 맞잡거나 오래 쥐고 있는 것은 본적이 아직 없어요. 

사실, 한국에서는 악수를 할 일이 없었어요. 나이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꾸벅하고 인사하면서 안녕하세요를 힘차게 외쳤고, 나이차이가 나지 않는경우엔 고개를 까딱하며 안녕하세요를 했죠. 그다음엔 몇살이예요? 말놓아도 되죠? 정도랄까요. 한국에선 직장생활에서 업무로 만나는 상대에게 주로 악수를 하죠. 그리고 주로 고개도 같이 숙이고요. 그 외 일상에서는 "아이고 반갑습니다~" 하시며 서로 두손 맞잡으시고 덕담을 서로 나누는 어른들을 종종 봤지요.  

그래서 제게 악수는 너무 어색한 일이었어요. 친구들끼리 만나서놀다가 새로운 사람이 오면 악수를 하기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게 귀찮기도 했고요. 독일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며 안녕하세요를 하는 것만큼이나 어색한 일인것 같네요. ( 얼마전에 한국인들과 오랫동안 거래한 독일인을 만났는데, 제 악수만큼이나 여전히 어색하시더라고요. )


2. 친근함의 표시 - 포옹 / 허그

외할머니 집에 놀러갈때마다 할머니가 손녀 왔냐며 끌어안아 등을 토닥여주셨었죠. 그 외에는 한국에서 누군가랑 포옹해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살가운 편도 아니어서 더 그랬죠.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도, 가족과도 포옹의 기억이 없네요. 월드컵 축구경기 이겼을때 모르는 사람들이랑 마구 포옹한 기억 빼고요. 

독일에서는 만날 때/ 헤어질 때 포옹을 합니다. 짧은 덕담과 함께요. 저와 가장 자주 포옹을 나누는 남자친구의 부모님들은 만날 때는 "잘지냈니?", "이번주에 별일은 없었니?" 정도를 물으시고 헤어지실땐 "언제라도 환영이다" 라거나 "다음에 또오렴" 등을 말씀하시죠. Wie geht's? / Wie war deine Woche? 등등.

우리나라처럼 등을 두드린다거나 오랫동안 껴안지는 않고 주로 아주 가볍게 터치하는 수준이예요. 남자분들끼리는 좀 더 간략하고, 여자들끼리는 더욱 친근하게 포옹하는 경향이 있는것 같아요. 남자와 여자 사이는 아주 예의를 지켜서 하고요.


3. 키스

남자친구의 아버지와는 종종 양볼에 소리만 내는 키스 인사를 하곤합니다. 그리고 남자친구의 작은어머니 하고도요. 제가 이런 키스인사를 좀 어색해하고 불편해한다는 것을 눈치챈 남자친구의 어머니는 가볍게 포옹만 해주세요. 어찌나 감사한지요. 그 외의 독일 친구들과도 포옹정도를 하는데, 저를 제외한 나머지 무리들끼리는 키스인사를 많이 해요. 저는 보면서 이건 왜 익숙해지지 않을까 하며 오그라든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보곤 한답니다. 

연인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키스 인사를 하는 경우는 전혀 없으니까요.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엄마 아빠랑 뽀뽀한것 같은데 다 큰 이후에는 한번도 없네요. 

독일인과의 키스는 굉장히 어색하지만, 반대로 어학원 친구인 스페인 친구들과는 또 격의없이 키스가 자연스러워요. 얼굴을 맟대지 않은 선에서 멀찍히 쪽쪽 소리만 내거든요. 반대로 이집트 친구는 좀 가깝게 와서 굉장히 부담스럽더라구요. 나라 따라 방식이 조금 다른것인지, 아니면 성격따라 다른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독일의 인사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봤습니다. 온지 한달만에 적응되는 사람도 있겠고, 이런 살가운 인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꾸벅하고 인사하는것이 여전히 가장 편합니다. 친구끼리는 눈짓이나 손 조금 흔들면 충분한 사람이구요. 등장할 때 떠들썩하게 반겨주는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스르륵 흡수되 듯 조용히 눈에 띄지 않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저는 아주 외향적인 성격입니다만, 유난히 스킨쉽을 꺼려하는 쪽인것 같아요. 연인 외에는 누가 저를 만지고 터치하는게 좀.. 많이 어색하네요. 그래서 조금 대화를 나눈 후에 꼭 내게는 이런 인사가 여전히 조금 불편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 누군가는 저를 배려해서 조금 생략된 인사를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좀더 격렬하게 인사를 해주기도 하죠. 어떤 방식이든 잊지 않고 배려해주는 것이 새삼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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