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니나입니다 :) 한국, 한국 그렇게 불경 외듯이 외더니 겨우 다녀왔습니다. 몸 건강하게 아주 잘 다녀왔는데요. 1주일은 자가 격리, 1주일은 밀린 한국 관공서 업무 및 안경/생필품 구매와 너무나 그리웠던 친구들과의 만남, 나머지 마지막 1주일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제주여행을 했답니다. 총 3주간의 알찬 한국 방문이었습니다.
마지막 방문이 코로나 발생이전인 2019년이더라고요. 곧 격리기간이 사라지니까 그때 가자 하면서 미루고 미루다 이렇게 오랜만에 방문했네요. 독일에 거주한 이후 이렇게나 오랫동안 방문하지 못했던 적은 없어서 정말 저도 모르게 아주 아팠고 힘들었었나 봅니다. 몸이 계속 좋지 못했는데 한국 방문 이후에 원인을 알 수 없던 몇 가지의 증상이 말끔하게 치료되었습니다. 다양한 병원을 돌고 돌았는데 원인이 신체가 아니라 마음에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긋지긋한 향수병은 차라리 울고 떼쓸 때가 더 정상적이었던 것 같고요. 오히려 '저는 지금 괜찮습니다', 할 때가 더 위험한가 봅니다.
여러 번 그리운 한국에 대해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아래에 붙여볼게요. 혹시라도 저처럼 한국이 그리운 분들께 동병상련의 위로가 조금이라도 될까 하여..
2021.10.10 - 지나간 어린 날들이 그리워지는 _ 그리고 또 이런걸 곱씹는 예민한 나를 위해
2020.09.13 - 불안함을 극복하는 서투른 방법들
2020.02.02 - 해외에서 산다는 것은, 그리고 연극쟁이가 단순한 회사원으로 산다는 것은, #2
2020.02.02 - 나를 울린 오돌뼈 _ 부족한 것 없어도 서러운 타향살이
2019.05.20 - 다음 단계로 이동 - 국제 연애, 긍정적인 관계 구축
2018.10.29 - 근황이라고 쓰고 신세한탄이라 읽는다
2018.01.29 - 독일에서 독일어로 연애하기 2 망할 낯선 언어로 사랑 고하기
2017.11.02 - 해외에서 산다는 것은, 그리고 연극쟁이가 단순한 회사원으로 산다는 것은,
2017.11.09 - 국제연애, 해외생활 중 향수병을 사랑으로 이겨내는 법.
많기도 참 많습니다. 사실 블로그에 쓴 글의 태반이 혼자 적적하고 외로워서 쓰는 일기이니까요.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를 거르지 않고 적는 제 개인 일기장에 비해 오픈되어 있다 뿐이지 결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분명 제가 선택한 삶인데도, 여러 번 선택의 기회가 더 주어져도 망설이지 않고 지금을 선택할 것인데도 이렇게나 힘이 듭니다. 왜 하필이면 생의 단 한 명뿐인 제 반쪽을 이리도 먼 곳에서 찾은 걸까요. 2019년 마지막 한국 방문 이후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방문할 수 없었던 2020년도가 특히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 '오돌뼈 사건'은 아직도 생각이 나네요. 하도 서럽게 울었어서요.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한국에 아주 잘 다녀왔습니다. 마지막 날 재보니 몸무게가 3주 만에 4kg이 불어있더라고요. 엄마는 시차 적응도 덜 끝났고 갑자기 제주도 여행으로 많이 걸어서 부어서 그렇다고 위로해줬지만 독일 도착하고 1주일이 넘었는데도 다시 되돌아 가지 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냥 살이 찐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먹었거든요. 그 증거 사진들입니다.
물론 중간중간 보이는 엄마 집밥이 정말 최고였어요. 엄마 김치는 독일에 돌아올 때 두 포기나 가져왔습니다. 더 가져오고 싶긴 했는데 그 외에도 가져올게 너무 많았는 데다 많이 가져오면 공항에서 걸린다는 이야기도 들어서요. 아무튼 김치찌개 두 번 정도는 아낌없이 거뜬하게 해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최근에 찍은 사진 중 가장 행복해 보이는 사진인 것 같은데요. 제주도 우도에서 찍었답니다. 적당히 차가운 상쾌한 우도의 바닷바람이 정말 너무 좋았어요. 우도에서 가족들과 보낸 1박 2일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이번 한국 방문으로 여러 가지를 느꼈습니다. 저를 아껴주고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핸드폰에서만 사는 게 아니라, 한국에 실재하고 있다는 것! 가끔 너무 우울해지면 잊어버리기도 하거든요. 2년 반 만에 만난 엄마와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주도 여행 때는 속 깊은 이야기들도 많이 터 놓았고요. 참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나왔는데 그게 그렇게 싫지 않았습니다. 이번 여행이 엄마 환갑 때문이기도 해서 특히 엄마와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실 이번에 처음 듣게 되었어요. 엄마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제가 처음 집을 나왔을 때였대요. 사실 어릴 때부터 스무 살 되면 독립하란 말을 엄마가 자주 했었고 그 말에 저도 당연하게 스무 살이 되자마자 독립을 했던 것 같아요. 동생들도 제가 독립하고 나서 뒤이어 나가서 살았고요. 근데 동생들까지 나가고 나서 엄마가 많이 울었고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저도 눈물이 많이 났어요.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 저를 보면서, 또 독일에 혼자 있는 저를 보면서 많이 불안하고 걱정이 되었었다고 해요. 다른 사람의 엄마라고 생각하면 사실 당연한 건데, 왜 우리 엄마는 아무렇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늘 아무렇지 않게 마중 나오고 저를 보내곤 해서, 또 아프단 이야기를 하면 속 시끄러우니까 이야기하지 말고 전화 끊으라고 하곤 해서 저는 엄마가 저를 덜 걱정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매번 제가 한국에 방문하기 전에는 일주일 전부터 잠도 제대로 못 이루고, 독일로 다시 떠나면 또 우신다는 이야기를 동생에게 건너 들으니까 진짜 너무 죄송하더라고요. 여태 티를 내지 않아 저는 정말 몰랐는데, 이번에 제가 아직 너무 어리고 엄마 마음을 몰랐었다고 생각이 되더라고요. 저도 몇 년만 있으면 마흔인데요. 여태 이렇게 철이 없습니다.
그리고 2020년도에 이미 남편과 독일을 방문해서 좋은 시간을 보냈던 여동생과도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직접 운전해서 공항에 마중도 나와주고, 한국 카드나 은행이 모두 막힌 저를 위해 (모든 유효기간이 끝나서요) 어려운 것들도 대신해줬거든요. 특히 공항과 보건소에서는 여동생을 보호자로 등록해놓으니까 안심도 많이 되었어요. 한 살 차이였지만 아무래도 친동생이니까 한참 어린아이같이 느껴졌는데 너무 어른인 거 있죠. 사실 정말 당연한데도 여동생은 저한테 여전히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존재라서요! 같이 먹는 떡볶이는 여전히 너무 맛있었고요, 몸에 좋지 않은 피자랑 야식도 함께 실컷 먹었습니다. 여동생과 함께 있으면 세상이 다 귀염 뽀짝 해지고 재밌어지는 것 같아요. 물론 직장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인 것 같지만, 그것마저 저한테는 귀여워요.
친구들과는 격 없이 안부를 묻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이지 넘치도록 많은 위로와 애정을 받고 왔습니다. 카톡으로 간간히 대화를 하며 여전히 널 생각하고 그리워하고 있다고 티를 많이 냈었지만, '살아있는 사람'으로 대화를 하는 건 다른 차원이니까요. 제가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이 앞에서 나를 바라보며 제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큰 줄기만 알았었는데 그 안에 작은 속사정들까지 들을 기회가 있었으니 그게 저한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요. 아마 이 모든 이야기들을 문자로만 나눴다면 'ㅋㅋㅋㅋㅋ' 몇 줄에 'ㅠㅠㅠㅠ' 몇줄에 끝났을 거예요. 그리고 친구들의 그 소중한 순간들을 저는 다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하고 넘어갔겠죠.
독일에서 거주하는 시간이 길어지니 걱정인 것이 많았던지 예전 방문과는 다르게 진지한 것들을 물어본 친구도 있었어요. 물론 한국 생활이 그리울 때가 많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충분히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설명해줬어요. 저는 제 인생이고 제가 걸어온 길이니까 이해가 되는데, 옆에서 보기엔 13년 정도 오랫동안 끌고 간 연극을 포기하고 독일에서 사는 게 아까웠던 모양이에요. 독일에서 살지 않았으면 지금쯤 한국에서 더 기회가 많지 않았겠냐는 의미인데, 알죠. 그 마음이요. 매 공연마다 찾아와 주면서 저의 성장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주던 사람들이니까요. 물론 겉으로 보면 바보야, 멍청아 하고 놀리는 유치한 대화들이지만 저는 그 마음을 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참 고마웠고 그 시간들을 기억해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기억해주니까 의미가 있는 거죠. 특히 연극은 순간의 예술이라 그 순간 함께했던 사람들의 기억에만 기록이 되어있으니까요. 특히 더 그렇습니다.
친구들이 기억해주는 10대, 20대, 30대의 모습이 합쳐져 저라는 사람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가끔 저는 저를 그저 '사람1', 혹은 '직장인1' 로 인식해버리곤 하는데요. 고맙게도 저를 '베스트프랜드', '소울메이트', '영원한 룸메이트' 로 존재하게 해 주네요.
다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었고 기대보다 컨디션이 좋지 못해서 친구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어요. 아쉽지만 또 곧 한국에 갈 테니 그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을 했느냐보다 무엇을 느꼈느냐가 더 중요하다 보니 어디에 방문했고, 어떤 것을 봤고 하는 건 그다지 많이 쓰지 못했네요. 아마 그건 사진이 기억할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서어서 더 건강해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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