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니나입니다 :)
최근에 육아 관련 TV 프로그램 '금쪽같은 내 새끼'를 몰아서 보고 있어요. 벌써 아이 계획이 있다거나 육아에 관심이 많아서라기 보다는 오은영 박사님이 해주시는 조언이나 육아법이 제 삶에도 위안이 많이 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강아지 훈련의 강형욱 훈련사님의 훈련 이야기도 그렇고, 오은영 박사님의 훈육도 그렇고 다른 존재와 더불어 '잘' 사는 방법은 참 비슷한 것 같습니다. 특히 오은영 박사님의 말들은 제 안의 어린 니나가 다독여지는 느낌이 많이 들어요.
Pixabay로부터 입수된 Mabel Amber님의 이미지입니다.
불안감이 많은 제 안의 어린이를 안심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 참 힘들어요. 힘들어도 괜찮아, 힘들 때도 있는 거지. 꼭 강해지지 않아도 괜찮아, 약할 때도 있는 거지. 이렇게 저의 약한 부분을 인정해주고 난 다음에 그럼 이번에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고 저한테 편안하게 불안함을 극복할 시간을 천천히 많이 주는 거예요. 마치 육아를 하듯 말이죠. 인간에게 불안감은 너무나 당연한 거고, 이 불안감을 잘 다스려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최근의 내용들이 참 인상 깊었어요. 게스트로 정형돈 님이 나와서 본인이 겪었던 내용을 풀어서 이야기해줄 때도 공감도 많이 가더라고요. 이런 불안감은 오직 나 혼자 겪는 것이 아니고, 내게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어쩌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평범한 문제라는 사실을 듣는 것만으로도 정말 위안이 많이 되었어요.
종종 잠을 자다가 숨을 쉴 수 없어서, 죽을 것만 같아서 벌떡 깨어서 숨을 고르고 다시 잠들곤 했어요. 몇 년 전부터 나타난 증상인데, 이유 모를 불안감이라 해결하기가 많이 어려웠고 머릿속으로도 많이 혼란스러웠거든요. 잠이 든 집이 무섭게 느껴지거나 낯설게 느껴진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 이런 불안함은 누구나, 인간이라면 어느 정도 가지고 함께 살아가는 거라는 말에 참 쉽게도 많이 괜찮아지더라고요. 나는 왜 무던하지 못한가, 나는 왜 예민하고 불안한가 하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생각도 많이 사라졌어요. 사실은 이런 자책하는 시간 동안에 다른 누군가가 저에게 날카로운 말을 내뱉으면 상처도 참 많이 받았는데, 요즘엔 저 사람도 삶이 참 많이 불안한가 보다. 이렇게 의연하게 넘기게 됩니다. 오죽하면 나를 할퀴고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을까, 싶어요.
모든 사람이 다들 불안함을 잊어버리려고 자신만의 방법들을 많이 가지고 있을 텐데요. 적어도 저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생채기는 내고 싶지 않다고 다짐하고 있어요. 제 마음이 많이 다쳐보니, 참 못할 짓인 것 같고 아마도 여태껏 살면서 제가 참 많이도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주며 살았던 것 같다고 느끼고 있거든요. 아마도 노력하는 와중에도 누군가에겐 참 아무렇지 않게 제가 상처를 준 적도 있겠죠. 일부러 상처를 주고 싶은 나쁜 마음을 저도 모르게 들킨 적도 많을 거고요. 타인을 향한 시선은 숨기고 싶어도 금방 들통이 나서 마음가짐 자체를 순수하게 유지하고 싶은데, 이건 참 많은 훈련이 필요하잖아요.
그래도 서른 중반이 되어가서야 드디어 다른 사람의 마음도 헤아려보는 여유를 갖게 된 것 같네요. 다른 사람이 상처를 받든 말든, 제가 받을 이익만 챙기던 때가 참 길었는데요. 지나고 보면, 다른 사람을 위하고 헤아리는 게 결국은 저를 헤아리는 거고 저를 가장 위하는 방법이더라고요. 또 그게 불안함을 줄이는 방법이 되고요. 내가 다른 사람에게 나쁜 사람이 되거나, 미움을 받는 불쾌한 경험을 줄이고 싶은 것 같아요. 미움받으면 어때, 내가 나쁜 사람이면 어때 생각해도 결국엔 찝찝해져요. 죄책감, 미안함 같은 찝찝한 마음이 신경이 쓰이고 여유를 사라지게 하고 불안함을 느끼게 하는 것 같거든요. 차라리 멍청하고 이익이 뺏겨지더라도, 조금 억울하더라도 나쁜 사람이고 싶지 않아요. 내가 조금 손해를 보면 마음은 금방 편해져요. 내가 조금 더 베풀면요. 제가 지게 되면요.
착한 척이나 이기고 싶지 않은 마음과는 다른 것 같아요. 잘 해내고 싶고, 잘하는 것은 당연한 마음이고요. 내 일을 내가 챙기는 것은 너무 중요하죠. 그런데 그 외의 쓸데없는 것들 있잖아요. 감정 소모전이라거나, 주제에 벗어난 말씨름, 그냥 쉬운 작은 일들. 이런 건 그냥 한 번 더 움직이고 지는 거예요. 그럼 엄청 편해지더라고요. 물론 저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습관적으로 자꾸 이기고 있지만 베풀고 양보하고 지는 일도 익숙해질 만큼 많이 해봐야겠죠. 제 평온한 마음을 위해서요.
얼마 전에 받은 날카로운 상처에 그냥 이해하고, 용서하고 넘어가기로 생각해보니 잠도 잘 오고 편해지더라고요. 그 작은 용서에서 참 많이 배웠어요. 물론 용서 전까지 한두 시간은 많이 괴로워하고 슬퍼하고 실망했지만, 용서하기로 마음먹자마자 별것 아닌 일이 되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보이지 않던 상대방의 불안감까지 보이고, 상처 받고 싶지 않아서 괴로워했던 약한 제 모습도 똑바로 보였어요.
아직도 너무나 서투르고요. 맞다 아니다 단정할 수 없는,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이지만 이제야 막 사회화가 시작된 어린아이들처럼 배워나가려고요. 불안함은 늘 처음이었던 것처럼 견딜 수가 없고, 생채기들도 늘 처음처럼 아프잖아요. 아무리 서른 중반이래도 지금 저는 충분히 단단하지 않아요. 앞으로도 상처를 받지 않을 방법은 찾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무언가가 더 소중해질수록 그전에 없던 새로운 종류의 아픔이 오니까요. 다만 이런 아픔들 뒤에 상대방을 혹은 실수한 나 자신을 넓게 용서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그 전보다는 좀 더 성숙해지는 거겠죠.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솔직할게요. :D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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