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니나입니다. 무엇인가는 쓰고 싶은 저녁인데 딱히 글감을 찾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평소처럼 저의 근황과 일상에서 떠올랐던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해요. 제 블로그는 어쨌든 '니나의 일기장'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거든요. ^^
최근 직장에서 갑작스러운 업무 이동이 있어서 한참 적응을 하고 있는 중으로 인생무상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온 우주가 나를 돕지 않으면 다 쓰잘 떼기 없다. 욕심을 내서 무엇하누, 내 것이 아니면 적당히 하는 것이 승리하는 것이다. 돈 받은 만큼만 하자. 열정 페이는 개나 주라지. 등등 직장인들이 자주 느낄법한 그런 감정이 휘몰아치고 있거든요.
회사 상황에 따라, 더 필요한 곳으로 재배치가 되었을 뿐인데 그간 열정을 쏟아부었던 일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니 어쩔 수 없이 저런 생각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하는 일에도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어서 이젠 제법 할 만한데도, 깨닫게 된 무언가가 있달까요. 그래서 '일'이라는 것, '직업', '회사', '직장' 등 이런 단어들의 숨겨진 뜻 같은 게 더 있었던 건데 저만 몰랐던 것처럼 새초롬하게 뒤통수가 아픕니다. 남자 친구가 제게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일은 그냥 일일 뿐이야.' 거든요. 업무 관련으로 깊게 생각에 빠져있거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마다 딱! 하고 손가락 튕기며 깨워주거든요. 나에게서 일을 떼어내서 생각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있는 일이 내 자아를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니 안심하라고요.
어느 순간부터는 워커홀릭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일을 하는 게 정말 너무 재밌고, 새롭게 배우고 시도해 보는 일련의 과정이 제게 큰 성취감을 가져다줬었거든요. 인생에서 10년 넘게 몸 담았던 연극계를 벗어나 허전했던 제 마음을 새롭게 채운 것이 지금의 직장이었습니다. 습관처럼 열심히 했고, 재미를 느끼자 푹 빠져서 어느 정도는 헤어 나오지 못했었어요. 나쁘다 좋다,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재밌어서 일을 했었습니다. 왜 재미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적성에 맞았던 걸까요?
업무 이동이 되고 2달 정도가 되었는데요, 현재의 일도 재밌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저를 떼어 놓는 연습을 더 많이 하고 있어요. 퇴근 후에는 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 동료나 사내 인간관계 등에 얽매여서 고민하지 않기. 잔업은 그냥 포기하기. 개운하고 편한 느낌보단 사실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감정이 많이 들고 있어요.
회사를 그만두거나 잘린 동료들을 봐오면서 많이 느꼈던 것중 하나가, 저 사람 없으면 우리 회사 어떻게 돌아가?라고 고민해도 1주일이면 다시 다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는 거였어요. 어떠한 중요한 업무를 가졌던 사람도 톱니바퀴 새 걸로 교체하듯 바뀌더라고요. 아마 어떤 조직이든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 톱니가 나라는 생각이 들 때 씁쓸하기도 하지만, 개인의 입장에서 봐도 회사를 당장 그만두면 먹고 살일이 걱정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나 막막하지만, 사실 새로운 직장이란 건 어느 형태로든 있기 마련이잖아요. 이래서 회사와 개인은 계약 관계인 것 같아요. 필요한 순간까지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인 것이죠.
'A는 B가 아니라 A입니다'라는 말을 이해하기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일까요? 가끔 정말 당연한 것일수록 그게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아닐까? 하면 기대하게 되는 심리가 생기고 사실을 인정하는 데까지 꽤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나쁜 애인을 만난 친구에게 아냐, 그 새끼는 정말 아니야!라고 해도 크게 데기 전까지 헤어지지 못하는 고구마 답답이 상황 같달까요? 스스로에게 충고를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나 자신, 어쩔 수 없죠. 뜨거운지 만져봐야 안다니까. 그렇지만 이미 A가 A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상처 받고 힘들어하는 제 소중한 자아에게 저마저 눈총을 줄 순 없죠. 이제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늘 적당한 거리를 둬야 하는 것은 사람이나 일이나 마찬가지예요. 저와 제 자아마저도 그렇네요.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 글이라 읽기 어려우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에는 좀 더 밝고 활기찬 글로 돌아오겠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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