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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근황

코로나로 인한 강제 재택근무 2주차 근황

by 니나:) 2020. 3. 31.

안녕하세요, 니나입니다. :)

코로나가  세계를 뒤흔드는 요즘 밖의 상황은 다른 세상인 것처럼, 저와 남자 친구인 켄은 집에서만 하루 종일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가 합쳐져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아직 코로나가 지금처럼 유럽에 퍼지기 전인 2월 말에 포르투갈을 주말여행으로 다녀온 뒤에 감기와 요통이 겹쳐서 이미 2주 정도 병가와 재택근무를 번갈아 하고 있었어요. 그러고 나서 독일 내에서도 코로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회사에서도 '재택근무'를 해야 해서 병가까지 합치면   달간, 순수 재택근무만 합치면 2주 정도 집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좋은 점은 점심을 굶지 않고, 커피를 마음껏 마시며 음악도 크게 틀고 화장실도 자유롭게 드나들  있다는 점인  같아요. 남자 직원이 대부분인 저희 회사엔 여자 화장실은   칸뿐이었거든요. 단점은 점심을 굶지 않아 살이 포동포동 오른다는 거랑 계속해서  답답한 느낌이 든다는 거예요. 날씨가 이렇게나 좋은데 밖에   나가니 말이죠.

 

재택근무용으로 새로 꾸민 '아르바이트 짐머 / 작업실 혹은 서재' 에서 바라보는 하늘

저에게 회사 업무는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컸는데, 그게 사라지니까 마음이 편해지긴 했어요. 최근 저 자신을 심하게 검열하는 자존감이 낮은 시기였기 때문에, 다른 이의 평가에서 잠시 벗어나서 저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좋긴 합니다. 위아래로 뛰어다닐 필요 없이 저 혼자 집중해서 업무를 하니까 능률도 오른 느낌입니다. 느긋하게 모르는 부분을 꼼꼼하게 체크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아요. '업무보고' 도 편하고 '보고받기' 도 편합니다. 모든 것을 이메일이나 서류로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말로 대충읊어 버리는 일이 없어서 더 정확해진 것 같기도 해요. 

 

이 정도 되니까 왜 우리는 그동안 회사까지 나가서 얼굴을 맞대며 힘겨운 싸움을 했었는지 깊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물론 업무마다 차이가 커서 꼭 현장에서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요. 내일은 회사에서 화상으로 전체 회의를 한다고 하네요. 아이가 있는 집이거나, 집에 업무 환경을 꾸리기 어려운 경우가 있을 테지만 현재 저의 상황엔 왜 지금까지 회사에 출근을 꼭 했어야 했나?라는 원초적인 질문이 스멀스멀 기어오르고 있어요. 물론 업무에 관련해서 커피 한 잔 하며 사람들끼리 대화하는 시간이 사라졌고, 업무를 조율하면서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 소소한 재미도 사라졌지만요. 

뭐, 아직 겨우 2주 차이니까요. 좀 더 지켜봐야겠죠. 원해서 재택근무를 하는 게 아니라 상황이 상황인 만큼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상황에서 오는 강제성이라는 것도 나중엔 무시할 수 없겠죠. 어서 빨리 사태가 마무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회사도 쉽지 않은 위기겠고, 많은 업체들이 그럴 것 같습니다. 저희와 비슷한 업종의 업체뿐만 아니라 세계의 경제가 그렇겠지요. 어떻게든 세상은 톱니처럼 돌아가기야 하겠지만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기입니다.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독일의 히키코모리 한 사람은 오늘도 이렇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이런 작은 재미 찾기와 무의미한 의미 찾기로 버텨내 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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