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 공부 얼마나 오래 해야 할까요?

저도 이제 독일어를 공부한지 이년반이 넘었어요. 아직도 제 공식적인 독일어 레벨은 C1입니다. C1 수업을 한달정도 듣고 그만둔지 육개월 정도 된것 같아요. 학원마다, 그리고 지역마다 독일어 수준이라는 것이 천차만별인데다가 본인의 레벨이 C2더라도 실제로 만나서 대화해보면 A2실력뿐인 한국인들도 굉장히 많지요. 스카이프로 종종 과외를 해주는 한국인 선생님에게 들어보면 본인 생각에 저는 B2의 수준이라고 합니다. 아직까지 공인된 시험을 치뤄본 경험이 없는 저로서는 그저 그정도 수준이겠거니~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대학교를 목표로 피땀흘려 공부하느 친구들과는 목적의식 자체가 굉장히 달라서, 천천히 천천히 배워온것 같아요. 어차피 늦은 나이니까 뭐.. 빨라봤자 얼마나 더 빠르게 할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컸고요. 어릴때 미친듯이 노력해서 얻은 거라고는 놀지 못한 아까운 시간 버리기에 대한 후회뿐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서, 그다지 열정적이지 못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이정도까지 수준을 올릴수 있었던 데는 당연히 남자친구인 케네스의 덕이 컸습니다.


학원도 띄엄띄엄 다녔고, 숙제도 제대로 하지 못할정도로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엄청나게 부족했거든요. 앉아서 독일어를 공부하는 시간이 굉장히 적었어요. 공부를 하자!고 맘먹고 한적은 일년반전이 마지막인것 같네요. 그래도.. 저는 이렇게 나름 노력하고 있어요. 일단 책을 읽어요. 독일어로 된 책이나 잡지, 신문이나 인터넷글을 매일매일 읽고요. 독일어로 매일매일 남자친구와 대화하죠. 1년동안 독일어로 매일 말해도 B2라니, 그럼 다들 저와 같을까요? 아니면 저보다 빠를까요?


한가지 언어를 마스터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2000시간이라고 하는데요, 비슷한 언어일 경우에 1500시간 완전 다른 체계의 언어를 배울때는 2200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독일어는 우리와 완전히 다른언어니까 평균적으로 2200시간이 걸리겠네요. 이론적으로 1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월화수목금토일 6시간 이상을 공부해야만 채울수 있는 시간이예요. 그렇지만 언어라는게 앉아서 공부만 해서 되는것은 아니니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모든걸 골고루 할수 있어야겠죠. 


1. 영어가 이미 원어민 수준이라면 남들보다 배는 빠르게 배운다. 1년?

주변에 공부를 같이 시작했던 친구가 100명이라고 했을때 한명에서 두명 정도만 1년만에 독일 대학에 들어갈수 있는 수준인 C1이상을 땄던것 같아요. 영어가 원어민 수준인 친구였고 굉장히 열심히 공부했기 때문에 빨리 배울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일단 영어가 원어민 수준이라면 다른 한국인들보다 배는 더 빨리 배울수 있어요. 독일인들은 독일어가 영어와 굉장히 다르다고 하지만, 한국인인 제눈에는 흡사하거든요. 어순이나 단어의 유사성도 굉장히 높고요. 영어보다 복잡한건 틀림없어요. 명사에 성별이 여성, 남성, 중성 세가지로 나뉘고 시제도 복잡한데다가 동사는 막 분리되거 그렇거든요. 문법을 다 마스터 했다고 자유롭게 사용할수 있는 언어도 아니구요. 


공부를 같이 시작했던 100명의 친구중 50명은 중간에 포기했기 때문에 어찌되었는지 알수 없어요. 그만큼 어렵죠. 알파벳과 숫자, 자기소개를 무리없이 하는데만도 매일 공부해서 세달이 걸리는 언어니까요. 대부분이 독일어의 기초에서 많이 그만둬요.


매일매일 독일어를 미친듯이 공부하고, 독일어로 대화할 사람이 곁에 있고 영어를 원어민처럼 구사한다면 1년만에 어느정도 독일어를 해낼수 있어요. 생활하는데 무리가 없는 수준으로요. 대학생활을 하는데는 굉장히 힘이 들겠지만, 어떻게든 해나가는 수많은 유학생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얼마나 힘들고, 힘들었을까.. 안쓰럽죠.

2. 다른 언어를 공부해본적도 없고 영어도 못하며, 언어에 재능이 없다면 대강 2~3년 

영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독일어를 열심히 공부해도 1년안에 끝내기는 힘들어요. 대신 중국어나 일본어등 다른 언어를 원어민수준만큼 공부해 본 경험이 있다면 어느정도 빨리 할수는 있어요. 언어를 공부했던 습관이 남아있기 때문인것 같아요. 요령이랄까요.


프랑스어나 스페인어, 러시아어, 루마니아어 등을 원어민처럼 구사한다면 반년만에도 끝낼수 있어요. 실제로 같은 반으로 시작했던 다른 나라권 애들이 훨씬 빨리 배우더라구요. 우리가 동시에 일본어를 배운다면 누가 더 빨리배웠을까요? 당연히 한국인이 러시아인이나 프랑스인보다는 일본어를 빨리 배울수 있을거예요. 앞서 언급했듯이 단어의 유사성과 어순의 유사성 때문이죠. 언어에는 감이라는 것이 중요한것 같아요. 그런면에서 일본어가 언제 어떻게 쓰이는지 비슷한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인들은 좀더 빨리 배울수 있잔아요. 마찬가지 경우라고 생각해요.


아무런 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고, 다른 언어를 공부해본적이 없지만 매일매일 미친듯이 공부한다면요? 그렇다고 해도 1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예요. 2년이 지나면 생활에서 겨우 자기 생각을 조금은 무리 없이 말하는 수준에 그칠거예요. 3년이 되면 독일어로 말하는것이 어렵지는 않지만 모든 말을 알아듣기는 힘이 들겠죠. 이렇게 늦게 배우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해요. 좀더 느리게 배우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많아요. 10년이 지나도 한국어 같은 독일어를 구사하는 이민자가 얼마나 많은데요. 노력해도 쉽게 얻을수 없기도 해요. 아직 시작해보지 않았다면 여러분이 예상하는것의 몇배는 더 힘들다는 것만 기억해주세요. 그러면 공부를 시작하고 나서 쉽게 좌절하지 않을거예요.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보다는 독일어가 원래 어렵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위로가 되거든요.

3. 나이가 어리다면 어릴수록 단 몇개월에서 1년

하지만, 이것이 가장 무서운 장점이라고 봐요. 어릴때 시작하는 거요. 어린아이들은 몇달이면 원어민처럼 이야기하고요, 청소년기면 일년이면 발음마저 원어민처럼 독일어를 구사할수 있어요. 이십대 초반이면 노력여하에 따라 일년~이년만에 그렇게 되죠. 하지만 이십대 중반 이후부터는 현저하게 학습능력이 떨어지나봐요. 삼십대는 말 다했고요.

4. 언어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면 그건 천재 

가끔가다가 말도 안되게 정말 독일어를 갑자기 잘하는 애들이 있어요. 놀라지 마세요. 운동도 타고나야 하고 공부도 타고나야 하듯이 언어도 마찬가지인것같아요. 특출난 사람이 대단한 거지 평범한 자신을 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을 특출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도 마세요. '나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쾌활한 성격에, 외국인들과도 잘 지낼테니까 언어는 금방 늘겠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곧 다가올 좌절의 날이 머지 않은거예요. 독일에 와서까지도 매일 영어만 사용하면서 독일인들과 놀고, 공부는 해도 늘지 않는 독일어 때문에 아에 영어만 사용하는 애들도 너무 많고요. 본인이 쾌활하고 외향적인줄 알았더니 집에만 박혀있다는 자칭 외향적인 성격인 분들 참 많아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에서 나온 글일뿐이예요. 아는 언니가 그런말을 해줬어요. 언어 공부는 방법이 없고 그냥 노력하다보면 시간이 해결해준다고요.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건지, 끝도 없는 싸움이라 굉장히 지치는데요. 대부분 5년이라고 하더라구요. 매일매일 열심히 공부한다는 전제하에 말예요. 물론 원어민처럼은 힘들죠. 원어민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한국에 9년 살았다는 독일인, 다니엘을 보면 희망이 생기지 않나요? 다니엘이 한국어 저만큼 하듯이 저도 언젠가는 독일어를 저만큼 할 날이 오겠죠. 10년후가 될지 15년 후가 될지는 제 노력여하에 따른거겠지만요.


2200시간이 사실이라면, 저는 하루에 한시간만 공부한 꼴이니까 앞으로 3~4년은 더 걸리겠네요. ㅠㅠ 이런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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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in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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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필 사진
    룰라덴
    2017.11.02 10:44 신고

    책 많이 읽는 것 아주 좋습니다. 독일어 문어체는 독일 사람에게도 외국어지요. 베를린 사시면 아실 일이고... 표준어 듣기 연습은 도큐멘타리 아주 좋습니다. 한국 사람이 성우처럼 독일어 발음하면 독일 사람들 멘탈 붕괴되지요. 미국 사람은 보통 2년 학습으로 대학에서 독일어 완성 합니다 - 역시 말과 유전자는 같은 인종끼리 통하지요. 하지만 당신은 한국인 :( , 한 10년 더 열심히 배우시면 어느 정도 하실 수 있고 20년 더 하시면 "당신과 같은 똑똑한 사람과 만난 것을 정말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분데스칸쯜러 하셔도 되겠습니다"라는 멍멍이 소리도 가끔 듣게 됩니다. 합: 30년. 튜빙엔에서 Germanistik 전공 하셔서 박사 논문 2 개 쓰시고 대학교수 되세요. 아직 젊으신 것 같은데 자고 일어나면 50 살 되고 60 살 됩니다. 언어 공부는 똑똑한 놈이 아니라 끈질긴 놈이 이기는 법이니 느긋하게 계획을 잡으세요. 중간 중간에 착실하게 놀으시면서... 독일어 교수 되는 건 나중일이고 지금 시간 있으시면 Konsalik이나 Erich Maria Remarque 소설 읽으세요. 독일어 책치고 쉽게 쓴 책들(마틴루터 성서 수준임)인데 아직 이해가 안 되면 독일어 접으시고 그냥 일본어 배우세요. 인생 승부는 자고로 장점을 살리는 데 있습니다. 일본어 2년 머리 싸매고 배우시면 번역하면서 충분히 밥벌이 합니다. 독일어는 뭐 일본어 처럼 쉬우면 에이핑크나 트와이스 멤버들이 독일가서 돈 벌어서 오지 일본 가겠습니까. c1이니 c2니 아무 의미없는 레벨에 전혀 신경 쓰지 마세요. 외국어 실력 채점 방법은 두가지밖에 없습니다. 1. 못한다 2.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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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1.02 16:50 신고

      네, 아 정말 굉장히 유쾌한 댓글이네요 ㅎㅎㅎㅎㅎ 저도 아직 정하지 못한 제 향후계획까지 잡아주시고.. 감사합니다. ㅎㅎ 참고로 저는 독일어 교수에는 안타깝지만 전혀 뜻이 없답니다. :)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에 살아요! 지금 왕좌의 게임과 해리포터등 흥미 위주의 책들과 변신이나 이방인 같은 쉬운 고전들로만 독어책을 읽고있어요. 독어 읽는것도 지겨운데 재미까지 없으면 돌아버릴것 같아서요. ㅎㅎ 기회 되면 추천해주신 책들도 찾아 읽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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