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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utschland!!/독일의 일상

독일의 인종차별 - 칭창총부터 옐로우피버까지

by Ninab 2017. 7. 27.

독일에 올 준비를 하면서, 걱정이 되어서 종종 '독일의 인종 차별'에 관해 검색을 하곤 했었습니다. 그나마 다른 곳에 비해서 덜하다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그 어디에 비해서인 것이고요. 실제로 독일에서도 인종차별을 자주 목격하거나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사실 독일에서는 인종 차별에 대한 느낌보다는 독일어를 못하면서 독일에 사는 외국인에 대한 까칠함이 더 많이, 더 자주 느껴지곤 한답니다. 영어를 일부러 사용하지 않거나 혹은 영어를 들어도 독일어만 대답하는 등 고집스럽게 응대하는 독일인들이 간혹 있지요. 하지만 오히려 여행객이라는 느낌을 마구 주면, 굉장히 친절합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어설프게 독일어를 사용하기 시작할 때가 가장 무시받기 쉬운 시점이고요, 어느 정도 독일어가 안정권에 접어들어 자유롭게 구사할수 있을 때부터는 다시 기분 나쁠 일들이 적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상대방이 저를 차별하거나 차갑게 대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음에도 먼저 오해하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도 자주 무시 당하다 보니 저도 모르게 어느샌가 피해의식 같은게 생긴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독일에 사는 독일인보다는 이민 온 사람들, 즉 독일에 거주하는 다른 국가의 사람들에게 더 자주 기분 나쁜 일을 당해요. 독일인인 친구들에게 제가 인종차별을 당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면, '독일사람이었어?' 라고 먼저 묻지요. '독일 사람이 그럴리가 없어.' 라는 식의 생각이 있나봐요. '독일인이 확실하다면 그는 극우주의자/나찌 야.' 식의 생각도 있고요. 그 생각에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안타깝지만 제가 받았던 8~90%의 인종차별은 모두 가해자가 독일인이 아니었거든요. 이 점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덜하다, 가 성립이 되는 것 같습니다. 대놓고 인종차별하는 일은 거의 없지요. 아래 소개할 '칭창총' 빼놓고요.


* 가장 흔한 인종 차별, 니하오와 칭창총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30년 이상을 이미 차별 대우를 받으며 자랐었으니까 어느 정도 차별에는, 뭐 별로 반응을 안할것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논리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했죠 ㅎㅎ 그냥 차별당한 경험치(?) 랄게 좀 쌓였었을 거라고 스스로 잘못 판단 했던 거예요. 게다가 왠만한 일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강철 멘탈이라고 저는 저를 그렇게 평가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독일온지 일주일만에 '칭창총' '니하오'를 한번에 당하고 나니까, 뭔가 와르르르 머릿속에서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거든요. 네, 저는 두부멘탈이었습니다. ^^;; ㅎㅎ 처음 경험해 보는 인종 차별에 멍하게 당하는 저를 보고는 다시 한번더 충격을 받았었죠.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당하는 '시발 같은 불쾌함'이라는 점에서 저는 이게 지하철 성추행 같은거랑 비슷하게 느껴졌었는데요. 제가 또 꽤 할말은 하고 사는 성격인지라 한국에서 종종 성추행 당했었을 때 항상 거칠게 반응했었거든요. 소리를 지르거나 욕을 한적도 있고요. 상대방이 도망치는걸 잡으려다가 놓친적도 있고요. 겁이 없었어요.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는게 정말 쉽지 않지만, 저는 그랬었어요. 그런데 정말 그까짓 '칭창총' 소리에 반응을 할수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요. 몇번 더 당한 이후에는... 칭창총거리는 애들이랑 말싸움도 해보고, 가르쳐도 보고, 아에 무시도 해봤지만 이건.. 어떤 방법을 쓰던지간에 피해자가 가해자가 극명한 싸움이라 저만 상처입을 뿐이었습니다. 말싸움하다 소중한 주말의 오후를 송두리째 뺏긴 날도 있었는데요, 가해자는 길가에 돌맹이 발길질 한냥 '뭐 별것도 아닌거 가지고 그래, 너 너무 예민하네' 하면서 쓰윽 지나가 버리더라구요. 그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억울해서 '다음에는 이렇게 대처해야지!'하고 다짐하지만 막상 또다시 당해서 그 방법을 쓰면 상황에 잘 맞지가 않아요... ㅠㅠ

하지만 사실 독일의 인종차별 중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위에 언급한 '칭창총' '니하오' 를 쓰는 골빈새끼들의 '돌던져 개구리 죽이기' 정도 뿐이지요. 게다가 칭창총 패거리들은 항상 시야에서 빨리 사라져버리는데요. 아마도 법적으로 인종차별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형사처벌을 받을수 있으니까 대놓고 차별하는건, 대놓고 범죄를 저지르겠단 뜻이죠. 아니면 배움이 부족하여 이게 인종차별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차별하는 경우들이 있을수 있고요. 이 경우는 종종 어학원에서 당해요. '너네 아시아인은 다똑같이 생겨서 전혀 구분할수가 없어'같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거든요. 물론 그냥 넘어가지 않고 '아시아인 눈에는 너네도 다똑같이 보여. 나는 아직도 너랑 옆반 애랑 헷갈려서 걔한테 종종 네 이름 부르면서 인사하는걸?' 하고 대답하죠. ㅎㅎ 그리고 간혹 독일어나 영어를 모두 잘 구사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노골적으로 무시 받을 수 있지요. '뭘 말하는거야? 이걸 달라고? 나참.. 독일어도 영어도 못하면 물건을 사지마' 하는 말을 코 앞에서 목격한적이 있었어요. 와.. 내가 독일어 못하던 시절, 그 마트 직원도 저런얘길 했던걸까? 하면서 등골이 서늘해지던 순간이었어요. 저렇게 대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이야기 할줄은 몰랐거든요. 하지만 대부분 정말로 이게 그냥 불친절 한것인지 인종차별인지 알수 없는 때가 더 많지요. 

+ 덧 : 왜 '니하오'가 인종차별인가요? - 동양에는 여러 나라가 존재하죠. 가까운 일본과 중국, 북한을 포함해 인도와 중동까지요. 그런데도 동양인을 보고 무조건 '니하오'라고 말하는건 선입견이 잔뜩 들어간 싸잡아 분류하기로 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중국인으로 오해하여 니하오라고 말 할수 있다고 생각 할수 있지만, 일상에서 누군가와 첫 인사를 나누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이 먼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먼저 묻고 중국인이라고 대답했을 때 니하오라고 말하는 것이 정중한 것이겠고요. 길거리에 지나 다니는 모든 사람에게 할로 혹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지 않듯이, 특정 인종을 만났다고 해서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니하오라고 말하는 것은 조롱하는 태도가 담겨있다고 봐야겠죠.


* 직원에게 불친절한 대우 받기

공무원들은 누구에게나 불친절 하기때문에, 혹여라도 독일에서 불친절한 공무원을 만났다면 '이것은 일반적인 불친절함이다'라고 생각하는 쪽이 편합니다. 외국인을 많이 상대하는 공무원들의 경우(주로 외국인청, 노동청, 동사무소에 해당하는 안멜덴 암트 등) 힘든 의사소통에 지쳐서 친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상당히 힘든 모양이예요. 초반에 도대체 왜 그렇게 불친절하게 구는지 모르겠어서 독인 친구들에게 독일 공무원이 불친절한 이유에 대해서 물어본적이 있는데, 나보다 더 화를 내며 자기들도 왜그런지 모르겠다고ㅎㅎ 정말 답답해 하더라구요. 독일인들 사이에서도 독일 공무원은 악명이 높죠. 아마 돈은 적게 받지, 다른걸 하고 싶은데 할수는 없지, 뭐 이런 직업적 불만이 아니겠냐며, 저한테 오히려 넋두리를 길게 늘어놓는 친구를 보면서 '아.. 독일의 공무원은 누구에게 불친절하구나' 싶어 차라리 다행스럽더라구요.

문제는 마트 직원이나, 웨이터 들이라고 생각해요. 공무원이야 사실 많으면 일년에 세네번 정도 본다지만 마트 직원은 장볼때마다 웨이터는 외식할 때마다 마주치니 퍽 난감하거든요. 대부분의 경우 아주 정상적이고 친절한 서비스를 베풀지만, 간혹가다가 황당한 경우가 있어요. 계산원이 독일어 인삿말인 할로 대신 니하오를 말한적도 있었고요. 너무 당당하니까 제가 다 어이가 없더라구요. ㅎㅎㅎ 중국인이 아니라고 하니까 곤니찌와를 하더라구요. 일본인도 아니라고 하니까 어느나라에서 왔냐, 한국이다, 한국의 인삿말은 뭐냐.. 등등의 대화가 오갔고 다음부터 방문할때는 안녕하세요라며 고개까지 숙이고 인사를 해주더라고요. 못배워서 그러려니 하며 넘어가곤 했어요. 실제로 못배운듯 했고 너무나 순수하게 그런 짓을 하니까 이게 인종차별의 하나라는 것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아 화가 나진 않더라구요. 오히려 저에게 더욱 친절하게 해주고 싶어 실수한 경우라고 이해했어요. 

줄을 길게 서서 앞의 고객에게는 이것저것 조잘거리며 오늘하루 잘보내라는 등 친절하게 말하다가 저를 발견하면 표정이 굳어 한마디도 하지 않는 건 매일 겪는 일이예요. 아무래도 저를 보면 긴장이 되나봐요. 영어 공포증은 누구에게나 있거든요. 머릿속으로 제게 어떻게 말을 걸지 고민하는 걸까요, 아니면 동양인은 그들에게 너무 낯선 존재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이미 시달린 후일까요? 이제는 되도록이면 제가 먼저 살갑게 할로!라고 웃으면서 말하려고 애쓰는 편이예요. 늘 기분좋게 장보기 미션을 끝내고 싶거든요. 마트 직원의 불친절에 대한 이야기는 독일에 거주하는 한국인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오는 주제지요.  

그리고 약간 애매한 기분이 들었던 경우도 있어요. 언젠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거리의 한 카페겸 음식점에서 간단하게 커피를 마실까, 했죠. 카페 입구를 들어서서 자리를 찾으려고 두리번 거리자 웨이터가 달려나와 다짜고짜 영어로 화장실은 돈을 내도 이용할수 없다며 나가라는 거예요. 독일어로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온거라고 말하니까, 그제서야 약간 당황하며 음식을 주문할것인지 아니면 음료만 먹을 것인지를 묻더라구요. 기분이 팍 상해서 자리에 앉아서 고민해도 되지 않냐면서 왜 자리를 안내해주지 않냐고 따지듯이 물어보았어요. 근데 그 소리에 본인도 기분이 나빠졌는지 (도대체 왜?) 퉁명스럽게 자리같지도 않은 구석의 작고 불편한 자리를 안내해주는 거예요. 이번엔 정말로 기분이 나빠져서 다른 자리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다른 자리는 모두 예약이 되어있다는 말같지도 않은 말을 하는거예요. 이미 이 시점에서 그 카페의 모든 손님이 우리를 주목하고 있었고요, 저는 더 이상 여유를 즐기며 커피를 마실 기분이 아니어서 알겠다고 하고 카페를 나왔어요. 카페에서 나온 뒤에도 분이 안풀리더라구요. 그래서 한동안 카페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째려보며 숨을 고르고 있었죠. 그때 주변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제서야 조금 이해가 가기 시작했고요. 이화여대 근처 밥집 서빙 아르바이트 하던 시절에 중국 관광객들이 거침없이 들어와서 화장실만 더럽게 이용하고 나가버려서 정말 스트레스를 받았었거든요. 그런데 사정이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시아인이 들어왔으니, 무조건 중국인일 것이고 화장실만 쓰고 나갈거라는 생각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버렸다는건 당연히 인종차별이 맞지요. 완전한 인종차별을 당했으나 하루종일 관광객들에게 시달린 웨이터의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하는 제 자신이 정말 꼴불견이었어요. 복잡한 생각이 드는 와중에 다시 굉장히 기분이 나빠지고, 또 다시 생각하면 나도 그럼 중국인 차별자였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 이상한 인종 차별? 동양인 혹은 한국인에 대한 편견?

세상이 온갖 모순되는 편견으로 둘러쌓여 있다지만, 이런 경우도 있었어요. 한국의 마을회관이나 시청/동사무소 등에서 운영하는 주부 교실처럼 독일에는 폭슈슐레라고 하는 작은 배움교실 같은게 있어요. 거기에서 독일어를 배우려고 신청하러 간 날이었죠. 사람들이 굉장히 북적였는데 온갖 나라에서 온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더라구요. 대부분 그러하듯 여기에서도 아시아인은 저 혼자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곳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스템이 아니라 대기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했는데요, 이 번호표라는게 요상한 수동식이었어요. 기기에 대한 설명이 따로 준비되어 있거나 도와주는 사람이 서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스템프같은걸 종이에 본인이 찍어서 알아서 기다리는... 뭐 그런 방식이었어요. 대충 앞사람에게 물어서 여차저차 도장찍고 앉아 있었지요. 마감시간이 다 되어서 젊은 흑인 남자가 뛰어 들어와서는 영어로 혼자 뭐라고 중얼중얼 거리는 거예요. 그러다가 전혀 모르겠는지 몇사람을 잡고 영어로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마침 잡힌 사람들 모두가 영어를 하나도 할 줄을 몰랐었어요. 누군가 설명을 해줘서 이 사람의 흥분을 좀 가라앉히고 스템프를 찍어 줬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영어에 자신이 없는지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질 못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였거든요. 그와중에 이 많은 외국인중에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니, 대단한데? 역시 외국인이라고 영어를 다 잘하는건 아니지...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고있었어요. 그런데 주변을 보니 다들 저만 바라보고 있는 거예요! 아니.... 왜?... 내... 내가 아시안이라서?? 굉장히 민망했습니다. ㅎㅎㅎ 미쳐버리는줄 알았어요. 저도 영어는 초보수준에 불과한데 왜 다 저를 처다보는지.. 마침 그 흑인분도 저에게 다가와서 물어보더라구요. 더듬거리며 여차저차 설명을 해주기는 했는데 굉장한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더듬거리며 영어를 하기 시작하자 주변 다른 외국인들도 다같이 그 흑인에게 되도 않는 영어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거든요. 너마저 못한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였는지는 몰라도요 ㅎㅎㅎ 물론...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까, 폭슈술레에는 어릴 때 배우지 못한 걸 배우려고 오는 나이가 많은 분들이 대부분인 것 같더라구요. 난민들을 위한 무료 독일어 수업을 위해 북적였던것도 같고요. 그래서 더 제가 주목을 받았던 걸까요?

이 외에도 어학원에서 수학문제가 나오거나, 상식을 묻는 질문이 많을 경우 왜인지 저를 다 쳐다봐요. 한국에선 연극을 했기 때문에 수학은 고등학교 1학년까지밖에 배우지 않았는데도요.. 구구단도 헷갈리는 제게.... ㅠㅠ 그런것은 좀.. 또.. 되려 예술쪽 질문이 나오면 제게 답변을 기대하지 않아요. 독일에는 음악이나 미술을 전공하려고 유학온 한국 친구들이 정말 많은데도 아시아인의 예술적인 감성에는 갸우뚱하는 것도 어느 정도 편견이라고 볼 수 있죠. 대체로 1. 돈을 많을 것이다. 2. 수학을 잘 할 것이다. 3. 똑똑할 것이다. 4. 말수가 없거나 무뚜뚝할것이다. 등등의 생각을 가지는 것 같아요. 가진게 없고 수학못하고 덜떨어지는 구석이 있고 너무나 쾌활한 저는 뭘까요..? 

독일어를 배우는 어학원 친구들이 제게는 '다른 한국인과 너는 정말 달라' 라고 해요. 저는 '나는 보통의 한국사람인데?' 라고 하고요. 대부분 한국인에 대해 수줍음이 많고 소극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어학원 내에는 그런 한국인이 많기도 하고요. 그에 반해서 독일 친구들은 한국인이 술을 좋아하고 활기차며 재밌다고 말해요. 그 독일 친구들과 어울릴 정도로 제법 외국 생활에 익숙해진 한국인이라면 수줍거나 소극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없어서일까요? 물론 제 친구들의 표준집단안에 제가 껴있기 때문인것 같기도 하지만요..;; 

아, 얼마전에 처음 만난 켄의 친구와 대화하던중에 스타그래프트에 대한 질문을 들었어요. E스포츠에서 한국이 정말 대단하지 않냐며, 너도 스타그래프트를 아냐, 할줄 아냐? 라고 묻더라구요. 물론 아주 잘 알고 있고 나는 못하지만 내 동생들이 할 줄 알고 아주 잘해. 라고 대답하니 경의롭게 보더라구요. 때마침 남자친구가 와서 '한국인이 스타그래프트를 잘한다는 건 편견아니야?' 라고 하더라구요. 그때는 '아니, 그건 그냥 사실이야.' 라고 말해줬어요. 왜냐면... 사실이니까요?ㅎㅎ


* 작은 동양인 여자라서 당하는 과잉 친절의 탈을 쓴 폭력

키가 크고 덩치가 좋은 한국 남자는 잘 모르는 이야기 일 수 있습니다. 저도 남자들은 이런 경험을 해 본적 없다는 데에 놀랐었으니까요. 캐리어를 끌고 나가면 여기저기서 도움의 손길이 다가와요. 들어 주기도 하고, 묻지도 않은 길을 불쑥 다가와 알려주기도 하죠. 일단은 관광객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이 무뚝뚝한 나라 독일의 트램 안에서 난데없이 윙크를 받기도 하고요, 종종 말을 걸어오는 남자가 있기도 합니다. 제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길을 묻는 경우) 필요 이상의 친절을 베풀기도 하죠. 고맙냐고요? 아뇨, 기분이 나쁩니다. 제 짐은 제가 들수 있으니까 끌고 나온것이고 화장실이나 길을 물은 거지, 친해지자고 한게 아니거든요. 정말 만에 하나 친해질 수 있는 경우라면 그런식으로 치근덕거리는 부류와는 아니겠지요. 

저와 비슷한 몸집의 독일인 여자에게는 그 정도의 과잉 친절을 베풀지 않는데 왜 제게만(동양인 여성에게만) 그럴까요?

언젠가 인터넷 상에서 한국 남자분들이 쓴 글을 읽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에도 외국 여성이 한국 여성보다 쉽다는 편견이 있습니다. 외국 여성들을 말에 비유하거나 포르노 배우 취급을 하더군요. 특히 일본이나 금발의 백인여성분들에 대한 편견이 상당한데요. 마찬가지로 독일에도 동양인 여자는 쉽다는 편견이 존재합니다. 위의 과잉 친절이나 치근덕거리는 행동들은 거기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고요. ( 매체가 주는 영향이 정말 큰 것 같습니다. 외국인과 인간적인 관계를 실제로 맺어본적 없는 상태에서 일차적으로 그릇된 매체를 자주 접하다 보면, 거기서 주는 인상이 곧이 곧대로 편견으로 자리잡죠. 제 일본인 친구를 한국인 남자 사람 친구에게 소개시켜주려고 했을 때 특히나 많이 접합니다. 그 역겨운 표정이요....하... ) 

이건 단순히 쉬운 여자로 오해 받아 기분이 나쁘다는 느낌이 아닙니다. - 여성이 쉽다 안쉽다의 인식도 기분이 나쁘지만 어쨌거나 그 이전에 -  동양인 여자라서 상대하기 쉬울거라고 단정짓고 다가와서 하는 그 모든 행동들이 상당히 폭력적이거든요. 날 알지도 못하는 남자가, 내가 길거리에 그냥 서 있는데 다른 그 어떠한 이유가 없이, 내가 동양인이고 혼자 있으니까 어떻게 좀 해보면 잘 될것 같다고 혼자 결론 짓고 제게 말을 거는 거죠. 혹은 제가 무언가를 질문하거나 도움을 청할때 이상야릇한 표정을 짓기도 하고요.  

이에 관해서 남자친구와 대화를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상당히 제게 위험한 행동이라면서, 낯선 사람이 그런 식으로 다가오면 무조건 자리를 피하라고 분명하게 말해주더군요. 제가 독일인 여자였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거라고. 동양인 여자는 쉬울거라고 생각하는 머저리들이라고요. 기본적으로 독일인 남자가 독일인 여자에게 그런 식으로 다가가는 행동은 굉장히 제한적인 장소입니다. 바나 클럽이죠. 혹은 항상 얼굴이 마주치는 출퇴근길에서 용기내 말을 거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영화 같달까요. 상당히 드물구요. 독일인들이 즐겨하는 스몰토크의 경우에도 일상적인 생활권 내에서 이루어집니다. 장보러 갔는데 사고자 하는 물건이 없어서 안타까운 경우 이 물건이 너무 인기가 많아서 사기가 힘들다며 매장직원이랑 웃으면서 대화하는 정도죠. 일부러 앉아있는 자리에 찾아와 앉아서 말을 시키지는 않아요. 이미 구글맵으로 지도를 찾으며 두리번 거리는데 먼저 어딘지 알려주랴?식으로 따라붙지도 않고요. 모두 *옐로우피버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아시아 여성에게 그릇된 편견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는 행동들이겠지요.

* 옐로우 피버 : 아시아 여성만 좋아하는 남성, 순종적이며 얌전한 아시아 여성에 대한 판타지가 있고 다른 인종에 관한 관심이 없는 일종의 패티쉬.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거절을 하더라도 웃으며 거절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기서는 거절할때 웃지 않습니다. 아쉽지만, 미안하지만 이라는 표정을 짓지요. 말씀은 고맙지만, 감사하지만 이라는 표정은 짓지 않거든요. 표현법과 문화가 다른것이지요. 잘 몰라서 그런다 쳐도 독일인의 거절은 거절로 받아들이면서도 동양인 여자의 거절은 거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견도 상당이 화가 나게 만들죠. 분명히 아니라고 했잖아요. 혹은 도움이 필요없다고 했잖아요! 라고 화를 낼때까지 물어보니, 정말 답답합니다. 아마 독일인 여자가 웃으면서 거절했다면 왜저러나 하면서도 거절로 받아들일 겁니다. 정색하며 거절해도 거절이 아닌줄 아는건 아시아 여성에게만 해당되는건가요?



니하오와 칭창총, 일상적으로 당하는 불친절함, 혹은 과잉친절, 그리고 동양인에 대한 편견등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위에 열거한 제 생각들과 경험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공감할수 있을것 같네요. 유학생 커뮤니티와 독일내 거주하시는 한국인 분들의 커뮤니티에서 아주 자주 언급되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예전의 저처럼, 독일에 오실 준비를 하시면서 이 글을 읽으셨다면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처음 몇번은 놀라고 황당할 수 있으나 어디에나 미친놈은 있다는 세상 불변의 법칙을 다시금 깨달으며 적응해 나갈수 있거든요. 그래도 전체적인 치안수준이 상당이 좋다고 볼 수 있고, 누구라도 놀랄정도로 대놓고 인종차별을 당한다면 주변에서 도움의 손길을 주거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경찰에 신고할수 있으니까요. 



* 독일인의 은근한 인종차별?

위에 열거한 것들은 확실하게 인종차별을 당했다는 기분이 들고, 상대방에게 바로 화를 낼 수 있는 것들이지요. 그렇지만 이것이 인종 차별인지 아닌지 헷갈릴때가 정말 많습니다. 제 발음이 이상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말을 잘 못알아듣겠다는 식으로 대꾸하며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 정중하게 요구하죠. 그러면 제가 정말 발음이 이상했던건지, 스스로도 자신이 없어져서 여러번 다르게 설명해보고요. 알아들었으면서도 못알아듣는 척하는 거였을까요? 아니면 정말 못알아들었던 걸까요?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은근한 조롱도 가끔 당할수 있습니다. 

칭찬같기도하고 욕같기도 하죠, 너는 동양인 같지 않게~ 라는 말이 앞에 붙으면요. 저를 칭찬하려는 의도지만 원래 동양인은 이런 단점들을 가지고 있는데가 전제가 되는거라 인종차별적 말이예요. 하지만 통계적 사실을 바탕으로 저를 기분좋게 해주려는 의도였는지 아니면 은근하게 저를 기분나쁘게 하려는 의도였는지 파악되지 않을때가 있어요. 뒤의 경우라면 화를 내야할테지만, 앞의 경우라면 가벼운 반박으로도 말을 끝낼수 있으니까요. 너무나 은근하여 자칫하면 그냥 넘어가 버리고 말아요.

위에 말한 과잉친절이야기와는 달리 제가 한국 여자라 보수적일거라고 단정하거나, 결혼을 인생의 목표로 둔 동양 여자라고 생각하고 대화를 시작할 때가 많아요. 이런 경우 대화를 깊게 하지 않는 이상 상대방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알수가 없습니다. 이미 친해진 경우에 저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가 있어요. 그러면서 나는 그렇지 않아, 대부분의 한국 여자들도 그렇지 않아, 라고 말하면 본인이 한국인이거나 동양인도 아니면서 아니야. 내가 아는 중국인나 한국인은 다 그래, 라거나 동양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잖아 하고 말해버리죠. 그러면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다 그런거야? 독일인도 그런가보지? 라고 말하면 독일인이나 유럽인은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빠져나가요. 이 때부터 의미 없는 토론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 화가나지만 이미 친해진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어요. 확실하게 인종차별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할까요? 아니면 그 사람의 경험적 판단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가끔, 온라인상에 제가 인종차별을 당한걸까요? 라고 묻는 말들이 올라올때가 있어요. 피해의식에서 나온 생각인지 정말 인종차별을 당한 것인지 판단이 잘 안될때가 실제로 많거든요. 그럴때는 상대방에게 무조건 '나 지금 인종차별을 당한 느낌이야. 이건 내 오해겠지?'라고 물어봐야 하는것 같아요. 바로 묻지 않으면 혼자서 끙끙되게 되니까요. 이미 친해진 친구라고 할지라도요. 알게 모르게 깊숙하게 자리잡은 거라 쉽게 바꿀수 없는것 같아요. 어쩌면 서로 다른 우리가 상대방을 다르게 인식하는 것은 당연한거겠죠. 어느쪽이 우수하다고 평가할수 없는 것 뿐이죠. 

약간 심각하게 쓴 느낌이지만, 일상에서는 쿨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리고 농담의 소재로도 자주 쓰이고요. 편견을 이용한 블랙유머는 언제 즐겨도 참 재미나거든요. ^^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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