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니나입니다. :)
이 주제는 몇 번이나 쓰려고 노력했지만 마무리를 하지 못했던 이야기입니다. 제가 독일에서 병원을 정말 많이 다녔거든요. 9년 동안 수술도 두 번이나 받았고 재활 치료, 물리치료, 상담치료에 치과나 부인과 등등 거의 모든 병원을 다 돌아다녀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길어질 수도 있지만 독일의 의료 서비스에 대해 궁금증이 있으셨다면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독일에서의 사고, 그리고 첫번째 수술과 입원
저는 독일에 살면서 두 번의 큰 수술과 입원을 경험했어요. 처음엔 다리가 부러져서 앰뷸런스를 불러 병원에 갔었죠. 간단한 미니잡을 하기 위해 예나라는 프랑크푸르트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사고가 났어요. 비 오는 날 걷다가 넘어졌는데 발목이 부러져 버렸어요. 아마, 너무 추웠고 당시에 잘 못 먹고 다녀서 뼈가 약해졌던 것 같아요. 아무튼 넘어진 채로 일어날 수가 없어서 길을 다니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래도 출근 시간이라 아무도 저를 도와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 전화를 걸었죠. 국번 없이 112입니다. 당황 때문에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인터넷을 검색했었어요.
그리고 통화로 제가 있는 위치를 구글맵을 켜서 위치 숫자를 불러줬어요. 당시엔 독일어를 정말 못해서 영어로 “I hurt my leg and cannot move. I need an ambulance. I don’t know where I am, but the number on Google Maps is ‘!#@$^’.“라고 말했어요. 기다린 지 약 10분 정도 내에 앰뷸런스가 저를 찾았고, 부목을 대고 병원으로 이송했어요. 저는 그때 다리가 부러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심하게 삐었다고 생각했죠. 물론 다칠 때 ‘빡’ 하는 소리가 크게 울리긴 했지만 그게 뼈 부러지는 소리였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게다가 정말 신기하게도 하나도 아프지 않았거든요. 나중에 찾아보니 고통을 잊기 위해 몸에서 엄청나게 호르몬이 나온다고 해요. 그래서 무려 셀카까지 찍으면서 이송되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좀 이상했던 것 같아요.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 급하게 의사가 들어와 바로 진찰을 시작했어요.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응급실에서 대기가 없이 의사가 바로 와주는 경우는 정말 응급일 때뿐입니다. 다른 일로 응급실에 갔었을 때 2시간 기다리고 파스 바르고 나온 적 있거든요. 엑스레이를 찍자마자 의사가 지금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을 해서 믿을 수가 없었어요.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갑자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혼란스러웠어요. 그때 의사가 다리를 다친 게 아니라 아예 부러졌다며, 엑스레이 사진을 보여주는데 정말 엄청나게 산산조각이 나 있었습니다.
그렇게 바로 수술 동의서를 쓰고 수술장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다들 친절하게 대해줬고 최대한 상황을 설명해주려고 애썼던 게 기억나요. 마취 전까지도 수술에 시간이 얼마 정도 걸릴 거고 안심하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해서 해줬던 게 기억나네요. 수술대에 누워 혼자서 대기실에서 수술방이 준비되길 기다린 게 약 30분인데요. 이때 엄청 추웠던 기억이 나요. 아파서 추웠던 것인지, 긴장되어서 추웠던 건지는 모르겠어요. 이상하게 다리에는 아직도 감각이 없긴 했어요.
아무튼 고통보다는 두려움을 느낀 채로 수술을 받았고 입원을 하게 되었어요. 잘 기억나지 않지만 2~3주 정도 입원했던 것 같아요. 그 동안 정말 많은 것에 놀랐어요. 우선,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는다는 점. 핸드폰이 잘 터지지 않는데, 와이파이는 유료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그것마저 잘 터지지 않았어요.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 문제가 저를 정말 힘들게 만들었어요. 외곽지역의 병원이라 그랬는지 영어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은 담당 의사뿐이었고, 간호사들은 영어로 소통이 되지 않았었거든요. 그런데 인터넷도 터지지 않으니까 독일어로 타월을 달라는 게 뭔지를 모르겠어서 엄청 고생했었어요. 움직일 수도 없는데 씻을 수도 없고, 씻고 나와서는 몸을 닦을 수도 없었다는.. 게다가 음식이 정말 최악이었어요.
아침마다 커피와 빵이 제공되었는데, 너무나도 딱딱해서 깜짝 놀랐죠. 지금 먹는다면 익숙해서 괜찮을 것 같아요. 당시에는 독일빵에 익숙해지기 전이라 힘들었지만요. 가끔 식사로 스프와 파스타가 나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익힌 야채와 고깃덩어리 같은 게 나왔어요. 이제는 그게 레버케제라는 걸 알지만 그때는 뭔지도 모르겠고 맛도 없다고 느꼈었어요. 입원식도 희망하는 메뉴가 있다면 맞게 나오는데, 그 당시에는 전혀 소통이 되질 않아서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도 모르고 그냥 주는 대로 열심히 먹었던 기억이 나요.
이 글을 읽는 분 중 수술을 앞두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주변 분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다른 것은 모르겠으나, 꼭 음식은 제공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세요. 책도 인터넷도 없는 3주의 시작이 정말 지옥 같았어요. 심지어 옆 베드에는 교통사고 환자인 십대 여학생이 누워있었는데, 잘은 모르겠지만 같이 차에 탔던 누군가가 사망한 것 같더라고요. 하루는 하루 종일 울고 소리를 지르곤 해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서로 아무 대화도 없이 조용하게 있었죠.
두번째 수술과 입원
첫번째 퇴원을 마치고 1년정도가 지난 뒤부터 수술한 곳에서 통증이 생겼었어요. 그 동안 잘 움직이지 못해서 재활치료도 시작하다 말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수술 자체를 제 발목에 맞는 얇은 심이 아니라 두꺼운 것을 사용해서 이물감이 심했던 것도 이유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철심 제거에 대해 그래서 꽤 오랫동안 정보를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철심 제거수술은 비교적 간단해서 입원도 3~5일 정도였던 것 같아요. 수술도 시내에서 이뤄졌고 제가 준비하고 알아본 것들 위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 1년동안 제법 독일어가 늘었는지 요청사항을 말할수도 있었죠. 수술은 잘 끝났지만 여전히 밥은 맛이 없었어요. 그래도 이번엔 거리가 가까워서 방문을 해준 친구들이 있었고, 음식도 가져와줘서 살만했어요. 거기다 개인 병원이라 수술실도 1인실이라 좋았어요. 그런데 이 모든 럭셔리함이 저를 몇년간 더 괴롭히게 될 줄 몰랐어요.
독일의 건강 보험 시스템
독일의 건강 보험은 크게 공공보험과 사보험으로 나뉘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공보험(Krankenkasse)을 사용하고, 여기에는 AOK, TK, DAK 등이 있어요. 공공보험은 소득에 따라 보험료가 책정되고,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는 대부분 커버됩니다. 사보험은 주로 고소득자나 자영업자가 선택하고, 보험료는 개인의 건강 상태와 선택한 보장 범위에 따라 달라요.
이민자분들은 처음 독일에 오시면 어떤 보험을 들어야 할지 고민이 많으실 거예요. 아직 잘 모르는 경우에는 공공보험을 우선 들고, 독일 생활에 익숙해지면 사보험을 고민해도 됩니다. 공공보험은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잘 제공하니까요.
저는 첫번째 수술때에는 한국에서 워홀보험을 들고왔고, 그걸로 수술을 받았었어요. 두번째 수술할때는 마비스타라는 굉장히 저렴한 사보험을 들었어요. 그런데.. 이게 큰 실수였던 것 같아요. 이 보험으로는 이전에 다른 보험사에 가입되어있는동안 받은 수술의 후조치(철심제거같은)에 대해서는 커버가 되질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그 전에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답변을 받았고,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다른 보험인지까지는 설명을 못했죠.
병원에서도 이게 보험커버가 안될거라고 생각을 못했던 모양이예요. 아무튼.. 이 일로 인해 저는 약 3~4천유로라는 돈을 계속 갚아나가야 했습니다. 지금도 큰돈이지만 당시에는 저에게 정말 너무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었고, 너무 속상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라는 큰 틀에서 사보험이 존재하지만, 독일은 완전히 다른 시스템인데 거기까지 생각을 하지 못했던 탓이 컸어요.
이 사건 이후로 저는 DAK로 보험을 바꿨고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어요.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 치과보험만 따로 사보험으로 추가로 들어놓았어요.
독일 생활의 필수요소, 하우스 아츠트
독일에 살고 4년 차까지도 따로 하우스 아츠트가 없었어요. 그런데 산부인과 예약이나 건강 검진, 혹은 치과까지도 제 하우스 아츠트에 대해 묻더라고요. 하우스 아츠트가 없으면 받을 수 없는 보험 혜택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첫 번째 초진은 꼭 하우스 아츠트를 통해서 하고, 필요한 전문의가 있으면 하우스 아츠트의 서류를 받아서 가져가는 형식으로 보험 혜택도 편하게 받을 수 있고, 또 기본적인 검사 결과도 서로 공유할 수 있어요.
하우스 아츠트의 판단하에 전문의한테 가기 때문에 불필요한 상담이나 진료가 많이 줄어들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허리가 너무 이상하게 아프다면, 우선 하우스 아츠트에 가서 기본적으로 허리가 아픈데 어디가 아픈 건지 왜 아픈 건지 모르겠다. 정형외과를 가야 할까, 내과를 가야 할까? 신장이 이상하면 허리가 아플 수도 있다고 하는데? 라고 하면 몇 가지 검사 후에 맞는 곳으로 보내주는 느낌이죠. 혹은 반대로 필요에 의해서 전문의를 먼저 찾아갔다면, 해당 내용을 하우스 아츠트에 공유하고 반대로 서류를 요청해서 보험 적용을 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건강 검진도 과마다 받으러 다니는 게 아니라 여기서 모두 통합해서 관리를 해주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불안 증상이 심해서 약이 필요한지, 전문의가 필요한지 상담이 필요한지 혼란스러웠을 때 하우스 아츠트와의 상담을 통해 아주 낮은 정도의 약을 처방받고 상담을 따로 다니는 형식으로 관리해보기로 결정했었어요.
만약 제가 두 번째 수술을 하던 당시에도 하우스 아츠트가 있었다면, 해당 내용에 대해 충분히 상담을 하고 갈 수 있었겠죠? 집 근처에 가까운 곳에 온 가족이 동일한 하우스 아츠트를 지정하고 정기적으로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이사를 하면 새로운 곳으로 옮기시면 되고요. 가끔 하우스 아츠트가 설명해주는 무료 건강 검진 프로그램도 매우 도움이 됩니다.
기본적으로 받을 수 있는 건강 검진
독일에서는 다양한 건강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어요. 특히 여성들은 산부인과 검사를 주기적으로 무료로 받을 수 있는데, 자궁경부암 검진, 유방암 검진 등이 포함됩니다. 남성들은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전립선암 검진을 받을 수 있어요.
일반의(Hausarzt)에게는 기본적인 피검사, 혈압 검사, 당뇨 검사 등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어요. 이 외에도 특정 연령대와 건강 상태에 따라 다양한 검진 프로그램이 제공됩니다. 예를 들어, 35세 이상은 2년에 한 번씩 종합 건강 검진을 받을 수 있고, 이는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등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정리해보자면..
기본적으로 독일의 의료 시스템은 매우 잘 되어 있어요. 다만 처음에는 복잡하고 느리다고 느낄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대기가 길고, 쉽게 아무 곳이나 가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도 외국인으로서 응급 상황을 겪어본 입장에서는 독일의 의료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어요. 모든 환자가 응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진짜 응급이 아닐 때는 계속 대기해야 하는 것도 좋은 점이에요. 다시는 응급실을 쉽게 찾지 않게 되거든요.
병원과 약국이 일요일에는 열지 않는다는 점도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약국은 차로 이동해서 방문할 수 있는 곳에 한 곳은 의무적으로 열긴 하고, 병원도 응급실이 존재하긴 하지만 말이죠.
이 글이 독일 생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혹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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